하지만 목 9단은 이 9단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목포에 이어 고향인 비금도에서 대국을 열자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5번기 중 두번이나 상대의 홈그라운드에서 두는 것은 심리적으로 부담이 됐을 것이다.
1국을 어이없이 패한 목 9단은 2국에서 차분히 두고 싶었던지 당시 애용하던 3연성 대신 1∼5의 평범한 포석을 들고 나왔다.
우상 정석은 옛날 스타일. 요즘 참고도처럼 두는 게 유행인데 실전보다 전투적이다.
두 대국자는 좌상에서도 똑같은 정석을 둔다. 같은 정석을 두 번 쓰면 바둑이 단조로워지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보통인데 서로의 고집이 작용한 결과다. ‘당신이 쓴 정석을 나도 써보겠다’ ‘그래? 똑같이 못 둘 이유가 없지’라고 대화하는 것 같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