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케이신문은 17일자에 ‘또 하나의 KAL기 사건, 돌아오지 못하는 피해자’라는 제목으로 1969년 KAL기 납북사건의 피해자인 황원 씨의 아들인 KAL기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 황인철 씨(42)의 사연을 소개했다. ▶본보 13일자 A1·2면 참조
이 신문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도 납치 피해자 가족들이 구출활동에 애를 썼지만 정권은 ‘존재하지 않는 문제’라는 식으로 북한만 배려해 납치 문제는 진전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후지TV 관계자도 KAL기 납북사건이 발생한 지 40년이 되는 12월 11일에 맞춰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로 하고 황인철 씨와 만나 제작 문제를 상의했다.
이에 앞서 황 씨 기사가 나간 13일 한 독자가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왔다.
“황 씨의 마음 아픈 이별 사연을 반드시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알려 아버지가 꼭 돌아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고 질문하고 싶네요.”
이 독자는 20여 년째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살고 있는 40대 중반의 재미교포라고 했다.
그는 “황 씨를 돕고 싶다. 뉴욕에 있는 유엔 북한대사관 앞에서 시위라도 하거나 아는 미국 기자들에게 널리 알리려고 한다”며 당시 신문 등 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황 씨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황 씨는 19일 “한국의 언론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11일 김현희 씨와 다구치 야에코 씨의 아들 고이치로 씨의 만남에서 보인 반짝 관심은 금세 사라진 것이다.
황 씨는 정부가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은 납치 피해자들이 본인의 의지로 입북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송환 문제는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의제조차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씨는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이 문제를 국제적인 이슈로 만들어 정부를 압박할 계획”이라며 “언론의 도움이 절대적이다”고 호소했다. 그는 “출장 중 납치를 당했는데도 아버지가 PD로 일하던 MBC는 아버지 송환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무책임한 정부와 국민의 무관심 속에서 황 씨의 외로운 싸움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지던 쓸쓸한 뒷모습이 눈에 선하다.
황형준 사회부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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