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무영]물관리는 국가경쟁력

  • 입력 2009년 3월 21일 02시 58분


전 세계적으로 가뭄, 홍수, 물 부족, 하천의 건천화, 산불 등의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집중형 물관리 시스템은 새로운 기후변화 여건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그것을 보완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이 경우 분산형 빗물관리로 보완하면 짧은 시일 안에 위험도를 줄일 수 있다.

분산형 빗물관리란 지역 전체에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종류의 빗물관리시설을 설치하여 다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여러 장점이 있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값싸고 빨리 만들 수 있으며, 위험도 분산시킨다. 고도의 기술이나 장비가 없어도 되므로 시설을 만들거나 유지 및 관리하는 데 지역의 인력을 활용하면서 지역 실정에 어울리는 친환경 시설로 설치할 수 있다. 그 결과 홍수, 가뭄, 건천화, 지하수 문제도 한 번에 다 해결할 수 있다. 물의 운송에너지도 줄일 수 있으므로 저탄소 정책과도 일치한다.

우리나라는 여름 홍수, 봄 가뭄과 같은 열악한 기후와 산악지형 때문에 물관리가 매우 힘들다고들 한다. 이것은 사실이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자. 지진기술은 일본이, 간척기술은 네덜란드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가장 열악한 자연조건을 극복하면서 생존을 위한 투쟁에서 얻은 기술과 노하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물관리의 최고 기술은 어느 나라일까? 그것은 가장 열악한 자연조건에서도 훌륭한 문화를 가꾸어 온 우리나라일 것이다.

우리 선조들의 우수한 물관리 기술은 물 수(水)자와 같을 동(同)자의 합인 마을 동(洞)자에 녹아 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같은 물을 먹는다는 마음만 가지면 물 절약과 수질오염 방지는 저절로 된다. 도로나 단지를 만들 때 개발하기 전과 후의 물 상태를 똑같이 하는 원칙만 지킨다면 인위적인 홍수와 가뭄은 발생하지 않는다. 지하수를 퍼서 쓰더라도, 빗물로 다시 채워 넣게 될 것이다. 하천을 정비할 때도 빨리 흐르다가, 멈추다가, 돌면서 흐르는 자연 상태를 그대로 두면서 생태계를 지켜나갈 것이다. 이 동(洞)자 하나에 물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와 목표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경험에 근거한 교훈이 들어 있다.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물관리 모델로 각광 받기 시작하고 있다. 스타시티의 빗물관리시설은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윈윈(win-win)의 물관리 모델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시의 빗물 모으고 머금기 정책, 경기 수원시의 레인시티 정책 등 모든 시민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전 세계 물관리 전문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현재 물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강원 태백시에서 전통적인 물관리 개념에 정보기술(IT)과 신소재를 접목한 첨단 기술을 도입해 다목적 종합 빗물관리 대책을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올여름 홍수에 대비하고 내년 봄에 닥칠 가뭄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은 댐 건설보다 빗물 관리다. 정부에서 지역 주민을 위한, 지역 주민에 의한 시책이 만들어지도록 지원해 준다면 이른 시간 안에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부와 주민이 힘을 합하여 최악의 물 위기를 극복하고 기후변화에 강한 도시를 만든 사례와 기술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모범이 될 것이며,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빨리빨리’도 기후변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우리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빗물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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