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무현 정부가 말기에 ‘플러그 뽑고’ 한 일들

  • 입력 2009년 3월 21일 02시 58분


노무현 정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라 쇠고기시장을 두 단계에 걸쳐 완전 개방한다고 약속해놓고 이를 마무리 짓지 않고 다음 정권에 넘겨 이명박 정부가 ‘미친 소 수입’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고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가 회고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18일 출간된 ‘대사들의 회고록’에서 “노무현 정부가 2007년 말 대선 이후 2008년 초 정권 이양기에 ‘플러그’를 뽑아버렸다”면서 “당시 여당(현 민주당)도 집권시절 그런 결정을 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국회를 공전시켰다”고 지적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지난해 1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공개강연에서도 “노 전 대통령은 국제기준에 의거한 쇠고기의 안전성 담보를 전제로 2007년까지 수입 개방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이 쇠고기 수입 재개라는 정책 현안을 차기 정부에 떠넘기는 바람에 지난해 한국은 극심한 정치·사회적 갈등을 겪었다.

노무현 정부가 2007년 4월 미국과 타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마찬가지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FTA의 국회 비준을 위해 성의를 다했더라면 조지 W 부시 행정부도 국회를 설득할 명분이 생기고 우리 의회 상황도 달라졌을 수 있다. 협정 체결 이후 여야가 “우리 경제의 도약을 위해 잘했다”며 높은 지지를 보냈음에도 정작 국회 비준에는 총력전을 펴지 않는 사이에 미국에선 정권이 바뀌었다. 지금은 경제위기에 몰린 미국에서 보호무역의 목소리가 높아져 FTA 의회 비준이 훨씬 어려워졌다.

노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나 한미 FTA 같은 막중한 국사를 팽개쳐 놓고 퇴임 후를 챙기는 데는 지극 정성이었다. 2007년 이후 퇴임 때까지 6차례나 봉하마을을 방문해 신축 중인 사저를 둘러보았다.

노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와 측근 실세였던 민주당 이광재 의원을 비롯한 주변 인사들이 노 전 대통령의 돈줄이었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임기 중반부터 각각 수억 원대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거나 소환을 앞두고 있다. 노무현 사람들은 국정 현안의 플러그를 뽑아놓고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노 전 대통령 본인도 퇴임 직후인 지난해 3월 박 회장에게서 15억 원을 빌린 것을 비롯해 석연찮은 자금관계로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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