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1, 2심에서 ‘외부 유출 금지’라는 조건을 달아 ‘수능 원데이터는 비공개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개인별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면 교육의 소비자인 학부모도 교육정보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에서는 더 전향적인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학력 격차는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해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우리는 지역별로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3∼4배나 차이가 나는 현실에서 평준화가 허상임을 생생하게 목도했다. 대다수 학생이 수능을 치르는 만큼 수능 성적은 학업성취도 평가보다 더 정확하다. 대학입시에서처럼 내신에 왜곡되지 않은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척도다. 수능 성적이 공개되면 충격이 없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학교 간, 지역 간 학력 경쟁이 촉발돼 전체적 학력 수준은 신장될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교육경쟁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학력공개는 세계적 추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호기심으로 열어본 판도라의 상자는 공교육 붕괴의 재앙”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난센스다. 수능 성적 공개가 고교서열화를 조장하고 평준화를 해체해 극심한 입시경쟁을 몰고 올 것이란 논리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허울만 남은 평준화 해체를 그토록 두려워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성적 공개가 두려운 진짜 이유는 그동안 장막 뒤에 숨겨진 교사들의 나태와 해이가 드러나는 것 때문 아니겠는가.
수능 원자료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에게만 연구 목적에 한해 공개된다고 하지만 언론이 보도해 결국은 모든 국민이 알게 될 것이다. 교육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는 학부모와 학생이라는 점에서 언론 보도는 당연하다. 정부는 차제에 수능 성적 공개에 대한 정교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실질적 학력 신장과 학력 격차 해소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마스터플랜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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