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임주영]추경 규모 큰 만큼 돈샐 틈 없어야

  • 입력 2009년 3월 23일 02시 56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경제위기로 확대되어 우리 경제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10년 전 외환위기에 비해 이번 위기가 우리에겐 더욱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내수는 작고 수출은 큰 경제구조의 특성상 세계시장이 침체될수록 어려움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은 올해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4% 이상 후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 안잡힌 잠재적 채무가 문제

이런 시점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적극적 재정지출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의 인식이 대체로 일치한다. 정부가 무려 30조 원이 넘는 추경예산을 편성할 거라고 예고해도 별다른 반대 주장이 없다. 오히려 우리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독일이 경기대책으로 160조 원을 추가 지출했으니 우리는 더 과감한 경기부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위기 진원지인 미국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 영국 등 주요국은 방대한 부양정책을 발표했고 추가 부양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만큼 극단적으로 양면성이 존재하는 분야도 드물다. 현재에 좋은 정책은 미래에 부작용을 불러오고 이익은 항상 손실을 동반한다. 모든 정책은 긍정적 효과만큼 반드시 부정적 문제점을 낳게 마련이다. 이와 같은 경제원칙은 이번 추경 계획에도 예외 없이 적용될 수 있다.

우선 지출을 하려면 돈을 마련해야 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정부의 주머니 사정상 돈은 국공채, 즉 빚을 통해서 마련할 수밖에 없다. 국공채의 증가는 국가채무의 증대이고 이는 재정건전성의 문제로 이어진다. 전형적인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의 경우 재정건전성의 문제는 국가신용의 문제와 직결된다.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면 역설적으로 국가신용 위기의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다른 문제로는 미래 세대의 부담 증대를 들 수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늘어난 국가채무는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되어 세대 간 불평등 문제를 발생시킨다. 현대 사회는 유산을 얼마만큼 남겼느냐에 따라 훌륭한 조상인지 아닌지가 결정되는 사회이다. 여러 가지 이론을 들 필요 없이 좋은 조상이 되기 위해서라도 미래 세대의 부담은 줄여야 한다.

물론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감안하여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보다 낮고 선진국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국민을 안심시키려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부여당이 야당 시절에 주장했듯이 재정통계에 반영되지 못하는 잠재적 채무를 포함한다면 쉽게 안심할 수 없다. 나아가 지난 참여정부 5년 동안 2배 넘게 수직상승한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를 바라봐 온 입장에서 우려는 커지기만 한다.

사회안전망 확충 무엇보다 중요

결국 대규모 추경은 대내외 여건상 불가피하지만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편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낭비와 비효율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10여 년 동안 각각 200조 원에 육박하는 재원을 투입했음에도 효과는 없고 돈 지나간 자국만 남은 농어촌구조개혁사업과 교육개혁사업이 대표적이다. 비행기 없는 공항, 차 없는 도로, 사람 없는 교량을 양산한 사업도 있다. 지출의 효율성을 출발점에서부터 철저히 따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현재의 위기 극복은 세계경제가 호전되어 수출이 회복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일이 필요하다. 내수부양으로는 위기 극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위기가 언제 얼마나 더 심화될지 알 수 없는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경제주체의 경제 하고자 하는 의지를 유지해 주는 일이다. 금번 추경의 무게중심을 무엇보다 사회안전망 확충과 내실화에 둬야만 하는 이유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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