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성형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이 분야 시장이 크고 의료기술 경쟁력이 높다. 2007년 1월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한 중국 여성이 여권 사진과 판이하게 달라진 얼굴 때문에 상하이 푸둥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사례가 있을 정도다. 의료관광은 관광객도 유치하고 병원영업도 키워 양면으로 일자리 창출과 외화벌이가 가능한 복합 서비스산업이다. 국내의 피부과 치과 및 진단검사 의료수준도 미용의료 분야만큼 높다. 의사들의 임상경험이 풍부하고 장비도 최첨단이다. 가격경쟁력도 있다.
이런 조건을 갖췄는데도 우리나라가 아시아 의료허브로 올라서지 못한 데는 마케팅 부족, 환자 유치와 광고에 대한 규제, 빈약한 관광인프라, 언어소통 장애 같은 문제도 있지만 특히 의료분쟁에 대한 조정 시스템이 없는 것이 큰 걸림돌이다. 최근 중국 일본 중동에서 의료관광 설명회를 개최했을 때도 “의료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이 많았다.
의료분쟁조정법안이 30년간이나 통과되지 못한 것은 과실입증 책임, 조정전치주의(재판 전 조정 의무화), 형사처벌 특례, 무과실 의료보장 같은 핵심쟁점에 대한 의료계와 의료소비자단체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사고가 나면 환자가 멱살잡이를 하며 의사를 협박해 합의금을 받아내든가 아니면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1993년 179건이던 의료소송 건수가 2007년 766건으로 늘었다. 국내 사정이 이럴진대 외국인과 의료분쟁이 생길 경우 해결이 더 어렵다. 외국인과는 언어문제 때문에 의료분쟁 가능성이 더 높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외국인 환자에 대해서만이라도 분쟁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의료관광은 침체된 국내 의료산업계의 탈출구이자 신성장 동력의 하나다. 정부와 의료인 그리고 관련 단체가 핵심 쟁점의 합의안을 서둘러 도출해 의료분쟁조정법 입법을 앞당기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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