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축구에는 역대 최다인 4명의 외국인 지도자가 활약 중이다. 포항 세르지오 파리아스, 서울 셰놀 귀네슈, 제주 알툴 베르날데스, 인천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 모두 탁월한 지도력으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브라질 출신 파리아스 감독은 2007년 정규리그 6위를 하고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하는 깜짝 쇼를 펼쳤다. 터키 대표팀 사령탑을 지낸 귀네슈 감독은 국내 데뷔 첫해인 2007년에는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지만 지난해에는 준우승을 하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취임한 브라질 출신 알툴 감독은 팀 순위는 10위였지만 짜임새 있는 ‘패스 축구’로 관심을 끌었다. 미드필드부터 짧게 이어지는 패스로 상대를 압박해 ‘강호 킬러’로 명성을 떨쳤다. 김호 대전 감독은 “참 재밌는 축구를 한다”고 평가했다. 올해 인천에 상륙한 세르비아 출신 페트코비치 감독은 공격 축구로 시즌 초 3경기 무패(2승 1무) 행진 중이다.
외국 감독들이 잘 나가는 배경엔 선수들의 무한 신뢰가 있다. 특정 선수에 대한 편애 없이 실력으로만 평가하는 감독에게 선수들은 충성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감독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을 할 정도로 믿고 따른다”고 말했다. 국내 지도자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크다.
일본 J리그는 1990년대 후반 브라질 감독을 대거 영입했다. 브라질 사령탑 밑에서 수업을 받은 일본 지도자들은 곳곳에서 브라질식 기술 축구를 꽃피웠다. 한국보다 10년 늦은 1993년 출범한 J리그가 축구 수준에서 K리그를 압도한 원동력이다.
‘편애 없이 실력 중심 축구’를 펼치는 이방인 감독들이 히딩크 감독처럼 한국 축구를 변화시키길 기대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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