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박 씨의 500만 달러가 형 노건평 씨의 사위인 연철호 씨의 해외 계좌에 입금된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면서 사업관계가 있는 연 씨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보낸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입금 시기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인 작년 2월이고, 그동안의 후원관계로 볼 때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자금 명목일 가능성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계좌 입금을 퇴임 전에 알았는지, 돈의 성격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의혹을 깨끗이 풀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권력’만이 문제인가. 검찰 수사가 여야나 전현(前現) 정권에 관계없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 주변은 수사하는 시늉만 하고 ‘죽은 권력’에만 사정(司正)의 칼을 집중적으로 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청와대와 교감하면서 수사 대상이나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마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상률 전 국세청장(2007년 11월∼올해 1월 재임)으로부터 박 씨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것은 작년 11월이라고 한다. 박 씨가 구속된 것은 12월 12일이고, 이번 소환조사가 시작된 것은 3월 중순이다. 고비마다 수사의 대상 등에 대해 청와대와 조율할 수 있는 기간이 있었다.
박 씨의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는 실종 상태다. 현 정권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변호사, 대통령과 절친한 기업인 등이 무마 로비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찌감치 제기됐으나 수사 진전 소식이 없다. 박 씨를 비호했다는 의심을 받는 현직 검찰 간부들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살아있는 권력’ 주변부터 단호하게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법처리 대상과 수위를 정치적으로 조절한다면 분명히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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