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회사를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처음 직원들에게 던진 질문은 “언제 이 회사가 다른 회사보다 좋은 회사라고 느꼈는가”였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직원들 중 약간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 침묵을 깨고 ‘정답’을 말했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제때에 급여 안 깎이고 잘 나오고, 회사 나가란 소리 안 하고… 그러면 좋은 회사 아닌가요?”
누구라도 부인 못할, 저절로 ‘그러네요’라고 동의하게 되는 답이다. 수긍은 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에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단계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단계적으로 하위 욕구가 충족되어야 상위 욕구를 갖게 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나라 안팎의 경제 불황 속에서 바로 이 하위 욕구의 충족조차도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업들도 그 정도의 역할, 즉 생존과 안전의 보장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최근 컨설팅회사 휴잇의 ‘최고의 직장 2009’ 연구 조사에 따르면 최고의 직장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 간에 가장 큰 직원들의 만족도 차이를 나타낸 영역은 바로 복리후생이었다. 이 같은 경향은 조사가 시작된 이래 계속 나타나고 있는 일관된 결과다. 그런데 이 결과는 최고의 직장들이 복리후생에 대한 직원 만족도가 탁월하게 높다기보다는 다른 기업들의 만족도가 낮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돈이 다가 아니다’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하지만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최소한의 수준에 이르기 위해 어느 정도 ‘돈’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최고의 직장’들이 밝혀준 셈이다.
문제는 얼마를 썼느냐보다는 어떻게 잘 썼느냐에서 승패가 갈린다. 잘하는 기업들이 고객관계관리(CRM)의 경영기법을 자사 직원들에게도 적용해 개인별로 차별화된 맞춤형 보상 패키지와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며 회사를 위해 급여 삭감과 반납도 감내한 직원들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조차도 포기한 셈이다. 앞으로 한동안은 직장을 통한 자아실현이라는 상위 욕구의 충족도 쉽지 않을 것이다. 좋은 직장을 만들려면 경제가 호전되고 기업도 살아날 때 가장 먼저 직원들을 돌아보고 조치를 취하는 배려가 꼭 필요하다.
이항재 휴잇어소시엇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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