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에서 탈락한 정 씨의 주장도 순수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명규 의원이 정 씨의 출마에 우려를 표시하며 재고(再考)를 권고했고, 그것이 이상득 의원의 뜻이라면 어떻게 표현했든 상대방은 종용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직격탄을 날렸으니 오히려 친이-친박 갈등이 더 깊어지게 됐다.
이상득 의원은 당의 원로(元老)로 당내 갈등을 걱정하는 충정에서 그만한 역할도 못하느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이 의원은 국회부의장을 지낸 6선 의원이 대통령의 형이라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억울해하며 ‘명박이는 명박이고, 나는 나’라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
그가 작년 총선에서 당선된 것도 동생인 이 대통령의 후광 덕분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의 형이 아니었더라면 정권 안팎에서의 영향력이 결코 지금 같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대통령이고…”라는 식으로 말할 수는 없다.
만약 이 의원이 정수성 씨를 사퇴시킬 의도가 분명했다면 문제는 더 크다. 이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왜곡하는 일이다. 그런 뜻이 결코 없었더라도 이번처럼 민감한 문제에는 간접적으로라도 나서지 않았어야 옳았다. 이 의원이 대통령 형으로서의 부자유(不自由)를 감수해야 할 이유는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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