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상득 의원, 대통령 兄의 不自由감수해야

  • 입력 2009년 4월 2일 02시 58분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또 구설에 올랐다. 4·29 경주지역 재선거의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한 친박(친박근혜) 성향의 정수성 예비후보(무소속)에게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정 씨의 주장에 따르면 이상득 의원이 친이(친이명박) 성향으로 당 공천을 받은 정종복 전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을 시켜 자신에게 후보 사퇴를 권유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명규 의원은 “출마하면 박 전 대표에게 피해가 가고, 당내 친이-친박 갈등이 더 깊어지니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을 뿐, 사퇴를 종용하거나 회유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이상득 의원은 “정 씨가 먼저 만나자고 해 이명규 의원에게 만나서 얘기나 들어보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천에서 탈락한 정 씨의 주장도 순수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명규 의원이 정 씨의 출마에 우려를 표시하며 재고(再考)를 권고했고, 그것이 이상득 의원의 뜻이라면 어떻게 표현했든 상대방은 종용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직격탄을 날렸으니 오히려 친이-친박 갈등이 더 깊어지게 됐다.

이상득 의원은 당의 원로(元老)로 당내 갈등을 걱정하는 충정에서 그만한 역할도 못하느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이 의원은 국회부의장을 지낸 6선 의원이 대통령의 형이라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억울해하며 ‘명박이는 명박이고, 나는 나’라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

그가 작년 총선에서 당선된 것도 동생인 이 대통령의 후광 덕분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의 형이 아니었더라면 정권 안팎에서의 영향력이 결코 지금 같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대통령이고…”라는 식으로 말할 수는 없다.

만약 이 의원이 정수성 씨를 사퇴시킬 의도가 분명했다면 문제는 더 크다. 이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왜곡하는 일이다. 그런 뜻이 결코 없었더라도 이번처럼 민감한 문제에는 간접적으로라도 나서지 않았어야 옳았다. 이 의원이 대통령 형으로서의 부자유(不自由)를 감수해야 할 이유는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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