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오프]밤문화에 빠지는 순간 선수생활은 끝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요즘 축구 관계자들은 A 선수의 경기 모습을 보고 “저놈 요즘 왜 저리 다리가 풀렸지”라는 말을 자주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밤에 딴짓했겠지”라고 덧붙인다. 여기서 딴짓이란 한국의 독특한 밤 문화를 뜻한다.

A는 ‘밤안개’란 별명으로 통하고 연예인하고도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 대표부터 성인 대표까지 활약했으니 축구에선 내로라하는 스타에 속한다. 그런데 최근 활약이 미미했고 언젠가부터 대표팀에는 선발되지 못하고 있다.

축구는 술과 상극이다. 야구에서는 모 투수가 밤새워 술을 마시고도 완봉승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90분간 쉴 새 없이 뛰어야 하는 축구는 전혀 다르다. 과음한 다음 날 조금만 뛰어도 다리가 풀리게 돼 있다.

국내에서 천재라는 평가를 받다 소리 없이 사라진 축구 스타가 많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한 선수도 그랬고 해외와 국내를 오가는 한 스타급 선수도 그런 경우다. 축구에선 주로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뛰어든 선수들이 쉽게 망가진다. 억대 연봉을 받지만 정신적으로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절제력이 약하다. 그래서 스타플레이어에게 쏟아지는 온갖 유혹의 손길도 거부하지 못한다.

프로에선 자기 관리가 곧 돈이다. 선수 생명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돈을 더 버는 것이다. 프로는 경기력을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성공 스토리도 많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도르트문트)는 축구에만 전념해 세계 최고의 리그에 진출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갈색 폭격기’로 이름을 떨친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은 선수 시절 한 번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56세인 지금도 웬만한 선수 못지않은 체력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대 재학시절 ‘술 마시기 싫어 도망 다니다 보니 빨라졌다’는 말까지 나온 서정원 청소년(20세 이하) 대표팀 전력분석관은 공격수임에도 38세까지 현역 생활을 했다. 실패냐 성공이냐는 마음가짐에 달린 것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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