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료원의 법인화는 지난 10년간 추진해온 사업이다. 1958년 설립될 당시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기관이었던 국립의료원이 요즘은 열악한 여건으로 우수한 의사들의 채용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이직률도 높고 외래환자의 수도 다른 대형병원에 비해 떨어지는 등 민간병원에 비해 경쟁력이 급격하게 악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수법인화를 바탕으로 우수 의료 인력을 확보하고 시설 및 장비를 보강하여 국민에 대한 의료서비스 수준이 제고되길 기대해 본다.
국립의료원과 농촌진흥청 사례는 평가할 만하지만 이것으로 정부조직의 선진화 과제가 완결된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부터 논의되었던 국립현대미술관, 국립대 법인화는 그 추진 진행 속도가 매우 더디다. 과연 법인화 대상 기관의 주무부처가 법인화에 대한 적극적 의지가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법인화는 민영화와 구별된다. 법인의 소유권을 아예 민간으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관심과 지원은 유지하면서 그 운영주체만을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바꾸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무원들이 순환보직으로 돌아가면서 수행해 오던 업무를 민간경영진에 맡겨 경쟁력은 높이되 정부가 기존에 해오던 공익적 기능은 그대로 수행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과거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 병원을 공무원 조직에서 민간 조직으로 전환하기도 하였으며,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철도청에서 공사로 전환한 한국철도공사도 공사 출범 3년 만인 2007년에 만성적인 적자를 탈피하면서 1333억 원의 흑자를 달성하였다.
국립대 법인화는 국립대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법인화 이후 국립대는 국립대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법인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고 재산을 취득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다. 교수 하나 채용하는 데 교육과학기술부, 기획재정부, 국회 등의 승인이 필요한 우리의 국립대와 대학 분교를 단 1년 만에 만든 법인화된 일본 국립대의 경쟁력 차이는 굳이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국가의 고도 성장기에는 경제성장 속도만큼 사회 인프라가 빨리 성숙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gap)를 공무원 조직이 메워 주어야만 했다. 그러한 측면에서 의료기능뿐만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예술기능의 성장에도 관료들의 노력이 크게 기여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과연 국민들의 세금이 제대로 잘 사용되고 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어려운 경제상황하에서는 이러한 의문을 좀 더 심각하게 제기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미술관 조직까지 공무원들이 운영해야 할 정도로 우리의 문화 여건이 후진적인 것일까. 국민들이 낸 같은 액수의 세금으로 예술전문가들이 운영한다면 좀 더 나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민간분야 미술시장의 흐름과는 달리 국립현대미술관은 관람객 수가 2000년 85만 명에서 2007년에는 도리어 43만 명으로 감소했다. 일본의 경우 국립과학박물관이 법인화되어 고객친화적인 관람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입장객이 두 배나 증가한 사례를 보면 답이 나온다.
이렇게 정부기관의 법인화는 궁극적으로 국민에 대한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정부기관의 법인 전환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돼 이명박 정부 2년차 국정운영에 큰 힘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