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 위한 변신 인상적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 서울모터쇼가 3일 화려한 막을 올렸습니다. 번쩍거리는 신차, 짧은 치마를 입은 모델 등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이번 모터쇼는 일부 수입차 업체의 불참,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시위 등 글로벌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듯합니다. 참가한 기업 관계자들의 웃음 속에도 위기감과 한숨이 감춰져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희망’은 발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2일 내외신 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기아자동차 ‘쏘렌토R’ 신차발표회장에 나타난 김종석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장(사진) 때문이지요. 김 지부장은 노조 간부의 상징인 ‘단결’ ‘투쟁’이라는 구호가 적힌 붉은색 노조 조끼 대신 말쑥한 재킷을 입고 나타났습니다. 댄스 가수들이 즐겨 착용하는 헤드 셋 마이크까지 한 채 말입니다. 강성 이미지의 국내 자동차 회사 노조위원장의 모습이라곤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자동차 회사 노조위원장이 모터쇼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김 지부장은 이날 서영종 사장과 나란히 서서 신차를 소개하면서 “나부터 판매 확대에 적극 나서겠다” “품질과 생산을 책임진 노조지부장으로서 약속한다. 나를 믿고 우리 기아 ‘쏘렌토R’를 많이 사랑해주고 적극 홍보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김 지부장의 변신은 많은 기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의 옷차림이 변했다거나, 그가 단순히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장 노조위원장이라는 피상적인 모습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의 ‘변신’에는 위기에 대한 인식이 확고하게 깔려 있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최근에야 가까스로 ‘일감 나누기’ 합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아직 현대차를 비롯해 많은 노조간부에게선 이런 ‘위기의식’을 찾아보기 힘들지요.
그는 이번 ‘변신’에 앞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다른 사업장 노조와 자신을 지켜보는 노조원들 때문이겠지요. 김 지부장의 고뇌에 찬 ‘변신’의 의미를 민주노총이나 다른 사업장 노조가 다시 한 번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산업부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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