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석면 화장품, 또 뒷북친 식약청이 한심하다

  • 입력 2009년 4월 7일 02시 54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석면에 오염된 탤크(활석)를 화장품 원료로 사용한 화장품업체 명단을 공개하면서 베이비파우더에서 시작된 석면 공포가 화장품으로 번지고 있다. 식약청은 석면 탤크가 포함된 5개 화장품에 대해 판매금지와 회수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 화장품을 사용하던 소비자들은 식약청의 뒷북 조치에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석면은 국제암연구소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흡입하면 폐에 비늘처럼 박혀 빠져나가지 않고 20∼30년 잠복기를 거쳐 폐암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물질이다. 우리 아기들이 석면 베이비파우더를 뒤집어쓰고 놀았다는 것만도 충격인데, 상당수 여성이 석면이 함유된 화장품을 예뻐지려고 얼굴에 바른 것이다.

한 방송 프로그램이 석면 베이비파우더의 위험성을 경고한 뒤에야 식약청이 화들짝 놀라 베이비파우더와 그 원료인 탤크 30개 품목을 검사했다. 그중 12개 제품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전부 국산이었고 수입제품에서는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 유럽은 2005년, 미국은 2006년에 탤크의 석면 기준과 규격을 규제했으니 수입제품에서 석면이 나오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일본은 탤크의 석면 함량을 0.1% 이하로 정하고 파우더 제품에서는 석면이 검출되지 않도록 별도 규정을 만들었다. 우리 식약청만 석면 탤크를 방치한 까닭에 애꿎은 아기들과 여성들이 발암 공포에 시달리게 됐다. 정부가 게으르면 국민이 고생한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식약청은 뒤늦게 문제가 된 베이비파우더와 화장품에 대해 판매금지와 회수명령을 내리고 탤크의 규격기준을 만들며 부산을 떨고 있다. 지난해 9월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멜라민 파동을 연상케 한다. 당시에도 식약청은 중국산 멜라민 분유 파동에 팔짱만 끼고 있다가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뒤늦게 검사를 시작했다.

식약청이 석면 탤크를 사용한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불안하다. 무사안일에 뒷북행정으로 일관하는 식약청에 대해 국민이 회수명령이라도 내리고 싶다. 일부 기업도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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