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정현 반성문’ 모든 국회의원이 써야

  • 입력 2009년 4월 7일 02시 54분


한나라당 비례대표인 이정현 의원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대정부질문에 앞서 ‘한 초선의원의 자성’이란 반성문을 낭독했다. 이 의원은 “세비 매달 잘 받고, 후원금 넉넉히 모으고, 당선 축하연 환영연 화려했으며, 특권층 예우와 대접 깍듯이 받고 있으면서도 일도 그렇게 잘했을까 생각하면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제 살리기 법안이나 대안에 집중 안 했고, 화합보다 분열 언행이 더 많았으며, 바람직한 정치경쟁 하지 못했고, 민생 챙기기보다 정쟁의 거수기 노릇에 충실했다”고 고백했다.

이 의원의 반성문을 들으면서 다른 의원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자못 궁금하다. 우리 사회에서 국회의원은 특권층 중의 특권층에 속한다. 금배지를 다는 순간부터 장관 대우에다 온갖 특전을 다 누린다. 연간 1억9000여만 원의 세비(歲費)와 보좌진 6명의 봉급 2억7000여만 원도 국민 세금에서 나간다. 작년에 의원 1인당 평균 2억1000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모았다.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돈이다. 다른 공직자들은 감히 넘보지 못하는 직무상 발언에 대한 면책 특권과 회기 중 불체포 특권까지 보장받는다. 이 모두가 입법 활동에 충실하라는 의미에서 헌법이 보장한 특권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국회의원들은 이런 특권에 상응하는 입법 활동을 하고 있는가. 이 의원의 고백이 아니더라도 국민은 지난 1년간 의원들이 어떤 일을 했고, 어떻게 국정을 내팽개쳤는지를 잘 알고 있다. 적시(適時)에 적절한 입법으로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보탬으로써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의원의 본분이건만 폭력과 태업을 동반한 정쟁으로 허송세월하면서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만 안겨주는 일이 다반사였다. 입법과 민생 대책에 골몰해야 할 시기에 해외 골프와 외유를 즐긴 의원들도 있다.

대정부질문을 시작으로 4월 임시국회가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약 29조 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비롯해 경제 살리기와 직결된 법안들이 산적해 있다. 비정규직 법안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처럼 국리민복(國利民福)에 필요한 법안들이 처리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에 더해 북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안보 위험까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 할 것 없이 국민의 대표로서 조금이라도 양식이 있고 부끄러움과 염치를 안다면 지금부터라도 각자 반성문을 쓰는 심정으로 일해야 할 것이다. 부디 4월 국회는 ‘정쟁 없는 국회’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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