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계현]수도 누수만 줄여도 가뭄걱정 던다

  • 입력 2009년 4월 8일 02시 58분


1월 시작된 강원 태백 영월 정선 지역의 겨울 가뭄은 80년 만에 최악으로 농작물 피해는 물론 먹는 물이 모자라 하루 3시간 제한급수를 하는 실정이다. 이 지역 식수를 공급하는 광동댐 저수율이 23%로 예년의 52%에 비해 턱없이 낮아 4월 말이면 고갈될 판이다. 가뭄 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안정된 식수 확보이다. 안타깝게도 전국의 13만 km 수도관을 통해 4500만 명에게 연간 공급하는 57억 t의 수돗물 중 8억 t이 누수로 사라진다. 매년 5400억 원이 땅속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그마나 대도시는 나은 편이나 태백 등 소도시는 누수율이 55%에 이른다. 결국 태백 주민은 사용하는 물의 2배나 많은 물값을 내면서 제한급수의 이중 고통을 당하는 셈이다. 따라서 누수율만 줄여도 가뭄 극복이 훨씬 수월하다는 얘기다.

누수는 지방상수도의 문제점에서 기인한다. 현재 국내 164개 지방자치단체가 제각기 지방상수도사업을 운영한다. 따라서 구조적 비효율로 서비스 불균형이 심하고 물값이나 수돗물 보급률도 차이가 많다. 또 열악한 재정으로 투자재원의 조달이 힘들고 요금이 현실화되지 않아 만성 적자운영이다. 여기에 급수인구가 10만 명이 안 되는 지자체가 100개나 되어 국가적으로 대단한 중복 과잉투자이다. 전국 평균 시설가동률은 63% 정도다. 또 지자체 특성상 잦은 보직이동으로 낮은 전문성에 기술력 확보가 힘들며 전체 1만4000여 명 종사자 중 60%가 단순기능직임에도 구조조정이 힘들다. 이러니 소요예산은 해마다 늘어도 수도관의 유지보수가 제대로 안되고 노후가 심하여 누수가 가중되고 수질이 열악한 실정이다. 전체 562개 정수장 중 117개소가 인력 미확보 등 문제가 있다. 여기에 지방상수도 취수원인 소규모 댐이나 하천은 규모가 작고 가뭄에 취약하여 안정적 식수 공급이 힘든 만큼 광역상수도 전환이 시급하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부처 간 합의를 통한 단일화된 수도사업 구조개혁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광역상수도 도입에는 이견이 없으나 전국을 22개 권역으로 광역화하여 수도사업의 공공성을 고려한 전문 공기업에 위탁하자는 주장과 민영화를 통한 경쟁체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서로 대립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선택을 못하는 실정이다. 또 국회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고 언론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았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직간접 손실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점이 해외 구조개혁 사례이다. 미국 프랑스 일본 이스라엘 등 물 관리 선진국은 이미 물 안보 차원의 안정된 상수원 확보와 물 공급 확대, 자국 물 산업 보호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강력한 전문 공기업을 중심으로 광역상수도 체제를 갖췄다. 특히 최근 100년 빈도 가뭄을 겪은 스페인 영국 호주 중국 인도는 공기업 중심의 광역상수도를 서둘러 도입하는 중이다.

반면 민간 대기업 참여를 통한 수도사업 민영화는 경험 부족과 생산원가 폭등, 수익 저조로 실패하는 추세이다. 프랑스는 베올리아, 수에즈 등 민간 대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영국은 민간기업의 투자 소홀로 2004년 대가뭄 때 런던에 물 공급이 중단되고 2007년 대홍수를 계기로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초래하자 민영화 실패를 인정했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을 감안해 우리는 성급하게 민영화로 방향을 잡기보다는 지방상수도를 시급히 권역별로 통합하여 광역상수도로 전환하고, 강력한 물 전문 공기업을 육성하여 국민 부담 감소와 안정적 물 공급으로 가뭄 등에 대처하는 물 안보를 지혜롭게 이룩하고 기술을 확보해 해외시장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

김계현 인하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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