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변희재 실크로드CEO포럼 회장의 동아광장 원고(한국예술종합학교의 운동권 학맥, 3일자 A34면)에 대한 반론입니다.
3일자 ‘동아광장’란에 변희재 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운동권 학맥’이란 제하의 기고를 했다. 본교가 ‘전문성이 부족한’ 몇몇 ‘좌파운동가’ 교수에 의해 장악돼 인적 쇄신이 시급하다는 내용이다.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악의적 모함으로 일관해 실명이 거론된 당사자로서 반론을 제기한다.
변 씨는 내가 촛불시민연석회의 임시운영위원장이라고 주장했는데 나는 이 단체에 대해 들은 적도 가입한 적도 없다. 이름이 비슷한 다른 사람을 오해한 듯하다. 또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예술실기에 대한 아무런 전문성도 없는 좌파 문화운동가들이 대거 입성했다”고 했다. 본교 설치령 제2조는 예술교육과정에서 ‘예술실기 및 예술이론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도록 정의해 예술이론 전공교수를 채용하는 것은 설치령이 지정한 의무다. 설치령 위반 지적은 어불성설이다. 해당 학과의 교육 필요성과 목표에 의해 적법하게 임용된 황지우 총장과 심광현 교수, 필자에 대해 변 씨는 전공 실적과 경력 관계 사실을 예단한 결론에 맞춰 짜깁기했다. 임용 과정에 문제가 있는 듯 강변하는 것은 기고문의 신뢰성뿐만 아니라 저의를 의심케 한다. 몇몇 교수에 의해 본교가 장악되다시피 했다는 주장은 국립대의 운영과 교수의 자율적 위상에 대한 무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본교는 각 원, 과정, 과별로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학제의 ‘구조 내 자유’를 장려하는 교육 환경에서 어떻게 몇몇 교수가 전문가인 140여 명 교수의 다양한 의견을 장악할 수 있는가? 네 교수의 전문성 부족에 대한 주장도 사실을 왜곡했다. 문화이론 전공자인 필자가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에 재직했음을 문제 삼았는데 학과의 전공 편람과 교과과정을 보면 문화이론이 명시돼 있다. 내가 “통섭교육사업에서도 전통예술과 동떨어진 게임 분야에 참여했다”고 비난한 것은 전통예술원의 새로운 교육과정과 통섭교육의 근본 취지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본교의 통섭교육사업은 인문학, 예술, 과학기술을 융합해 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전문예술교육을 준비하는 과정인데 교양과목 정도로 대체할 수 있다니 인식 수준이 의심스럽다. 더구나 예술 실기능력이 전무한, 좌파 문화운동가들의 공간을 만들기 위한 사업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참여한 11명의 책임교수와 70여 명 연구원의 창의적인 주도성과 다양한 결과물을 생각할 때 너무한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한예종은 급격히 예술전문가 양성이라는 본 기능을 상실했다는 주장은 본교가 배출한 예술가의 면면 앞에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리즈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김선욱, 뉴욕발레콘테스트를 석권한 하은지, 국내 최초로 국제건축학교육인증(RIBA)을 받은 건축과, 영국 ‘선’지의 세계 베스트 10 영화감독에 선정된 나홍진, 롱티보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신현수 등 세계 정상에 진출한 인재는 본교 교육체계의 산물이다. 이를 외면하고 본교가 “좌파운동가들의 철밥통으로 변질되었다”는 살벌한 막말로 덮어씌우는 것은 모든 교수와 학생 및 학부모의 사회적 평가를 공공연하게 떨어뜨리려는 행위라 하겠다. 이는 명예훼손의 법적 정의에 들어간다.
변 씨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말하는 좌파란 무엇인가? 비판적 인식을 가졌다고 이념의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에 눕혀놓고 다리를 잘라댔던 지난 시대의 악몽을 다시 퍼뜨리려 하는가? 그것이 우리 사회 에너지를 얼마나 무상하게 소모시켰는지, 어떻게 황폐화했는지 당신도 잘 알지 않는가?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