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구촌에서 ‘코리안 레스토랑’이 사랑받게 하자

  • 입력 2009년 4월 8일 02시 58분


농림수산식품부가 어제 ‘한식(韓食) 세계화 추진 전략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한식을 2017년까지 세계 5대 음식으로 만들겠다며 지난해 10월 ‘한식 세계화 선포식’을 가졌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은 각계 의견을 반영해 만든 세부 계획이다. 한식을 건강식으로 부각시키면서 한국 문화와 예술, 재미를 가미해 널리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다.

한식은 음식의 맛뿐 아니라 우리의 오랜 전통을 담고 있는 훌륭한 문화상품이다. 세계인이 한식을 즐기게 되면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와 친숙해지게 된다. 조선의 궁중음식을 다룬 드라마 ‘대장금’이 해외에서 방영된 뒤 곳곳에 한식 붐을 일으켰듯이 한식과 문화는 표리관계에 있다. 음식 세계화의 성공 사례인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일식과 전통예술을 함께 알리는 홍보에 공을 들였다. 우리 역시 추진 방향은 적절하다.

한식의 세계화 전망은 엇갈린다. 우리 음식의 자연친화적인 장점이 건강을 앞세우는 세계적 소비 흐름과 맞아떨어진다는 점은 유리하다. 그러나 현실 여건은 쉽지 않다. 한식 세계화의 거점은 해외에 있는 한식당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들 한식당은 주로 현지 교민과 우리 관광객을 상대로 운영되고 있으며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여건도 좋지 않다. 서울의 특1급호텔 19개 가운데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4군데에 불과하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하지 못했고, 음식의 체계화와 현대인의 입맛에 부응하려는 노력도 미흡하다. 이런 약점이 단기간에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본은 2005년 ‘일식 인구 배증(倍增) 5개년 계획’을 세워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태국도 2001년부터 장기계획을 세워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후발 주자인 한국이 한식 세계화를 이루려면 더 치밀한 준비와 강한 집념으로 장기적으로 밀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고급화 전략과 표준화된 조리법 확보가 긴요하다.

한식 세계화를 이룩하면 해외 일자리 창출 등 국익을 키우고 국가이미지를 높이는 두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세계 식품산업은 유망 분야로 꼽힌다. 전체 시장 규모가 4조 달러로 자동차 시장의 2.5배, 정보기술(IT) 서비스산업 시장의 5.6배에 이른다. 대중문화 한류에 이어 음식 한류의 확산을 서두르고 지속시켜야 한다. 전시성 일과성(一過性) 계획에 그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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