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무현식 돈거래’ 법망 피하려는 냄새 짙다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요청에 따라 전달했다는 ‘10억 원’은 원화가 아닌 미화 100만 달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는 2006년 이 돈을 가방에 넣어 직접 청와대로 갖고 들어가 정상문 당시 대통령총무비서관에게 집무실에서 전달했다. 검찰이 어제 정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서에 기재한 내용이다. 검찰은 이 돈이 부인 권양숙 씨가 아니라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 경내에서 거액의 외화가 건네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검찰은 100만 달러 외에 조카사위 계좌로 들어간 500만 달러도 노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보고 포괄적 뇌물수수죄로 처벌하기로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사과문에서 “저의 집(부인 권 씨)에서 부탁해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고, 마치 빌린 돈이라는 인상을 풍겼다. 그러나 박 씨의 진술과 돈 전달 장소 및 방법으로 보면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법적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뇌물수수죄를 적용하기 어려운 부인 권 씨를 내세운 의도가 엿보인다. 권 씨가 합법적으로 차용했다면 가방에 무거운 달러 다발을 넣어 전달하는 전형적인 뇌물 전달 방법을 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을 통해 권 여사가 개입돼 있다는 주장을 처음 알았다”고 말해 거짓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 씨 역시 ‘빌려준 것’이라는 진술을 한 적이 없고 차용증도 없어 뇌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빌려 쓴 것’이라고 계속 주장할 경우 ‘법적 평가’를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조카사위 연철호 씨 계좌로 들어간 500만 달러도 “투자의 성격으로 본다”는 노 전 대통령 측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박 씨가 연 씨의 무엇을 보고 투자를 했다는 것인가. 박 씨에게 투자를 권유하러 갈 때 건호 씨가 동행한 이유도 석연치 않다. 노 전 대통령이 이 돈에 대해 퇴임 후에 알았다고 한 것도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 재임 중이던 2007년 8월 호텔에서 박 씨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정 전 비서관 등 3명이 만났을 때 박 씨는 5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에게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퇴임 직후인 작년 3월 봉하마을 저택 건축비용으로 빌렸다는 15억 원도 합법을 가장한 돈거래일지 모른다는 의심이 든다. 차용증을 썼다고 하지만 애초부터 갚을 의사가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차용증을 이용한 뇌물 수수는 과거에도 비리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쓰던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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