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대표 김 모 씨가 수 십 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자 '둥신(神)의 저주'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둥신의 저주'란 디시인사이드의 주식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둥글게'라는 누리꾼의 관심을 받은 대상은 주가 종목이건 사람이건 하나같이 좋지 않은 일을 당하게 된다는 것. 일각에선 '둥신 님의 신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둥신의 저주'는 주가 괴담으로 시작됐다. '둥글게'가 매수를 선언하는 종목은 어김없이 하락하고 매도를 선언하면 급반등했다는 것.
주식 투자 결과가 신통치 않았던 '둥글게'는 이번엔 주식 갤러리의 고수 투자자들을 벤치마킹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가 "오늘은 ****님의 투자를 따라 해볼까"라고 언급하면 해당 종목은 급락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둥글게'가 잠시 주식 투자를 멀리하겠다고 선언한 뒤 주가는 다시 올랐다. 이 후 주식 갤러리에는 "둥신과 반대로 투자하면 돈을 번다"는 투자 법칙이 생기기도 했다.
'둥글게'의 관심은 주식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지난 1월 '미네르바'에 대해 "저는 궁금해요. 미네르바처럼 경제 지식으로 시장을 분석해서 그 결과가 맞을지"라는 글을 올렸다. 이틀 뒤 미네르바가 긴급 체포되자 누리꾼들은 '둥신'의 신통력이 다시 위력을 발하기 시작했다고 쑥덕거렸다.
또 지난 달 말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좋은 사람이었습니까?'라는 글을 올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에게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자, 디시인사이드는 또 한번 '둥신의 저주'로 소란스러워졌다.
디시인사이드의 김 모 대표도 '저주'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지난 1월 '둥글게'는 김 대표에게 자신의 글을 삭제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이 뜨자마자 누리꾼들은 "빨리 지워줘라", "신변에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며 한 바탕 소동을 벌였다. 둥신의 관심을 받아 좋을 게 없다는 것이었다.
10일 검찰은 거액의 횡령 혐의로 코스닥 등록사인 IC코퍼레이션과 코아정보시스템의 실소유주 윤 모 씨를 구속기소하고 회삿돈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디시인사이드 대표 김 모 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이들은 100억 원대의 사채 자금을 동원해 디시인사이드의 최대주주 지분을 확보한 뒤 디시인사이드 자금으로 코스닥 상장 건설업체인 IC코퍼레이션을 인수하고, 다시 IC코퍼레이션 자금 등으로 IT업체인 코아정보시스템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관성이 전혀 없는 일이지지만 누리꾼들은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김 씨가 둥신의 글을 무시하고 지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둥글게'가 김 대표에게 관심을 보였던 글은 인터넷 '성지순례'의 대상이 됐고, 일부 누리꾼들은 그에게 '둥신님, 제가 절대 로또에 당첨되지 않을 거라고 한 말씀만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디시인사이드 대표의 기소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놀이의 재료로 이용되는 형국이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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