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에 대해 과도한 전망 대신
3가지이내 대안으로 압축
가능성 높은것 골라 분석해야
장기나 체스의 고수들은 상대방이 취할 다섯 번 이상의 움직임을 미리 생각한다. ‘그가 A를 선택하면 나는 B를 선택하고, 이후 그가 C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는 식이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경쟁사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일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이를 시행하는 경영자는 극소수다. 2005년 ‘마케팅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경쟁사의 대응을 자사 전략에 반영한 경영자는 10% 미만이었다. 향후 반영하겠다는 답도 20%에 못 미쳤다. 이는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분석하려 들면서 예측을 시도해 보기도 전에 주눅이 드는 탓이다.
이에 대해 케빈 코인 미국 에머리대 교수와 존 혼 매킨지 컨설턴트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4월호에서 “경쟁사의 과거 행동과 성향만 분석해도 경쟁사의 신제품 출시나 가격 변경 전략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글의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1호(2009년 4월 15일자)에 실려 있다. <편집자>
일반적 예상과 달리 경쟁사의 행보를 예측하는 일이 그다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경영자들이 불확실한 장기 이익을 위해 쉽사리 단기 비용을 지출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즉, 경쟁사의 행보를 분석하기 위해 대대적인 시장 조사를 단행하고 이를 복잡한 게임 이론으로 분석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먼저 △경쟁사가 대안을 취할 것인지 아닌지부터 파악하고 △그들이 고려할 가능성이 높은 대안 2, 3개를 추려낸 후 △경쟁사가 가장 최근에 어떤 식으로 대응했는지를 분석하면 충분하다.
○ 경쟁사가 대응안할 가능성부터 생각하라
오랫동안 경쟁사 분석을 실시해 온 기업조차 경쟁사가 자신들의 움직임에 전혀 대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2008년 매킨지가 세계 각국 임원 약 2000명에게 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23%만이 “최근 출시된 경쟁사의 신상품이 시장에 나오기 전에 이를 알았다”고 답했다. 또 “경쟁사의 가격 변경 사실을 미리 알았다”는 응답은 12%에 그쳤다.
경쟁사의 대응을 파악하는 첫 번째 단계는 경쟁사가 아무 대응을 하지 않을 가능성부터 파악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4가지 하위 질문이 필요하다. ‘경쟁사가 당신 회사의 행보를 인지할 수 있는가’ ‘당신 회사의 행보가 경쟁사에 위협을 줄 만한가’ ‘당신 회사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것이 경쟁사에 최선책인가’ ‘경쟁사가 조직의 타성을 극복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 중 ‘아니요’라는 답이 하나라도 나오면 경쟁사가 대응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뜻이다.
○ 경쟁사의 대안을 3개 이내로 제한해 예상하라
경쟁사가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오면 경쟁사가 취할 정책을 3가지 이내로 제한해 분석해야 한다. 경쟁사가 가능한 한 많은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게 좋다. 경쟁사 대응을 분석하는 대부분 기업들은 사실 ‘경쟁사가 채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안’만 고려한다.
즉, 어떤 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제품 가격을 변경했을 때 이 회사의 경쟁사가 취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택은 모방 상품 출시나 동일한 가격 책정이라는 의미다. 실제 매킨지 조사에서 경쟁사의 신제품 출시나 가격 변경에 대한 대응책을 찾는 임원 중 75%가 2, 3건의 대안만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5건 이상의 대안을 고려한 응답자는 10%에 불과했다.
○ 경쟁사의 최근 의사결정 패턴을 살펴라
경쟁사의 대응안을 2, 3가지로 좁힌 다음에는 ‘경쟁사가 과연 어떤 기준으로 최근의 결정을 내렸을까’를 분석해야 한다. 먼 곳에서 답을 찾을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회사는 매우 단순한 단기 기준을 사용한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21%만이 경쟁사의 장기 영업이익을 살펴봤다고 답했다. 장기(長期)의 기준도 2∼4년에 불과했다.
경쟁사의 최근 결정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최고경영자(CEO)나 관련 경영진이 이전 의사결정 때 보였던 패턴을 이해하는 데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경영진의 직관을 파악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 경영자들과 함께 일해 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그들이 과거 이끌었던 사업 부문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들은 이 아티클에서 “경쟁사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을 능가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며 “이것이야말로 이 전략의 가장 큰 묘미”라고 밝혔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