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석면 사건도 다른 비슷한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미 문제가 있어 국제적으로 규제가 되고 있는데도 이를 외면한 정부와 싼 것만 찾아 석면 함유 탤크 원료를 들여온 수입업자, 그리고 자신이 쓰는 원료가 안전한지조차 점검하지 않은 생산업자의 비윤리적 행위가 만든 안전 문제의 총체적인 본보기 같다.
지난 몇 년간 김치, 새우깡, 멜라민, 석면에 이르기까지 안전성 문제가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되면 정부는 대책을 세운다고 떠들다가 시간이 흘러 흐지부지되어 버리고 또 다른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즉 일이 일어나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왜 일어났는지 끝까지 추적하여 재발되지 않도록 정책을 만들어내지도 못하고 있다. 석면사건을 계기로 이제는 안전과 관련한 정책, 행정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첫째, 안전성 확보를 정부정책의 최우선순위로 삼아 법과 제도, 예산 지원을 재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기준을 국제적인 기준에 적합하도록 바꾸어야 한다. 석면의 경우 이미 유럽 미국 일본 등은 탤크의 석면 함유를 금지했지만 우리는 이런 기준도 없어 문제가 된 것이다.
둘째, 정부의 정보 공유 협력관계가 유기적이어야 한다. 현재 여러 제품에 대한 정부의 관리 부처가 제각기 다르다. 부처 간에도 문제가 있는 상품, 특히 수입품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같은 부, 청 안에서도 국, 과 사이의 이기주의 때문에 정책 조율이 안 되는 행정은 개선되어야 한다.
셋째, 지금 현재 국내외 담당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주요 국가에 파견된 공무원들이 안전성 정보를 제대로 보고하는지, 석면 탤크는 보고되었는지, 보고된 내용은 어떻게 정책에 반영되었는지 하나하나 점검해 현재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시장에서 제품에 대한 책임은 우선 기업이 져야 한다. 외국에서 원료에 문제가 있어 규제한다면 정부가 하기 전에 기업이 먼저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주요국에서는 기업이 원료부터 생산, 유통, 소비까지 안전성을 점검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기업이 제품 원료부터 안전성을 책임지도록 정부가 제도화해야 한다.
다섯째, 수입품에 대한 안전성 인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미국은 2,3년 전부터 사회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장난감, 식품 등의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 외국에서 수입하려는 제품은 미국이 지정하는 실험실에서 안전성 인증을 받아야만 수입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우리처럼 수입품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선 반드시 도입해야 할 제도다.
여섯째, 끊임없는 모니터링과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시장에 생산, 유통을 허가 했으면 허가받은 그 제품이 제대로 생산, 유통되고 있는지 모니터링과 평가가 필요하다. 더불어 평가기관에 대한 평가도 있어야 한다.
끝으로 식약청은 이번 판매금지 품목에 대해 새로운 원료로 생산하면 다시 판매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악용하여 기업이나 유통업자들이 회수되지 않거나 회수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다시 판매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조치하고, 그 결과를 명백히 공고해야 한다.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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