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300만 원을 빌렸다가 1년 만에 1500만 원으로 늘어나 유흥가에 넘겨진 여대생 딸을 아버지가 살해한 뒤 자신도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악질 채귀(債鬼)의 횡포가 선량한 부녀(父女)를 죽음으로 몬 것이다.
이들 사채업자는 돈을 빌려주면서 연리 120∼680%의 높은 이자를 물렸다. 하루라도 이자를 내지 못하면 원금과 이자가 더 붙어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돈을 빌리러 온 사람들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가족과 친구의 연락처를 모두 확보하거나, 피해자들의 주민등록증과 사진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협박에 이용했다.
사채 금리는 대부업체의 지방자치단체 등록 여부에 따라 각기 다른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등록 대부업체의 최고 이자율은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 및 시행령에 따라 연리 49%다. 미등록 대부업체는 이자제한법 및 시행령에 따라 30%가 이자율 상한선이다. 빚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어떤 불법 행위도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법정 상한을 훨씬 넘는 고금리 사채가 횡행하고 빚을 돌려받는 과정에서는 불법, 탈법행위가 채무자의 숨통을 조인다. 특히 일부 미등록 사채업자는 유흥업소 및 폭력조직과도 손을 잡고 있다.
사채 피해자들은 돈을 빌려 쓴 사실이 가족에게 알려지는 것을 걱정해 협박을 당하면서도 당국에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혼자 고민할수록 악덕 사채업자가 만들어놓은 ‘늪’에 점점 깊이 빠져들어 더 큰 비극을 부른다. 불법 계약은 그 자체가 무효이다. 법정 상한을 넘는 사채 이자도 갚을 필요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사채를 이용하더라도 지나치게 높은 이자를 강요할 경우 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줄이는 길이다.
행정당국은 법의 그늘에 숨어 피해자를 양산하는 악질 사채업자들의 실태 파악부터 서둘러야 한다. 언제까지나 인력부족 타령만 할 건가. 서민을 울리는 불법 고리(高利) 사채업자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조장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권 금융기관의 문턱을 낮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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