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용주]SOC 집중투자해야 경기부양 효과

  • 입력 2009년 4월 13일 02시 56분


2040년 8월 8일 오전 8시 30분 잠실에 사는 A 씨는 휴가를 맞아 9시 20분 제주행 비행기를 타려고 김포공항을 향해 집을 나선다. 평일 출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신올림픽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20분 후인 8시 50분이다. 3일 후에는 제주역에서 서울행 고속철도(KTX)에 몸을 싣는다. 제주에서 추자도까지 약 55km구간의 해저터널을 빠져나오면 다도해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완도와 목포를 지나 3시간이면 서울역에 도착하여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비록 가상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진보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및 건설 기술이 융합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통해 현실화될 것이다.

세계 주요 국가는 유례없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SOC 투자 확대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은 최소 250억 달러(약 37조5000억 원) 이상을 도로 등 SOC 확충에 추가로 투자하여 일자리 100만 개를 창출하고, 중국은 2010년까지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구축에 4조 위안(약 80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SOC에 대규모 공공투자를 계획하는 이유는 투자 대비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산업경제구조를 감안할 때 SOC 투자가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조사됐다.

첫째, 건설산업 자체의 고용 창출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제조업 등 연관 산업의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크다. 2006년 산업연관표 분석 자료에 따르면 SOC 투자를 1조 원으로 확대할 경우 건설산업에서 1만 명 정도, 연관 산업에서 7200명 정도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연관 산업 중 금속제품(742명), 일반 및 전기기계(496명) 등 산업 전반의 고용 창출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즉 SOC 투자로 인해 40% 이상은 건설업이 아닌 제조업 등 산업전반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므로 건설 관련 단순직의 고용 창출 효과만 있다는 일부의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

둘째, 시설 구축에 투입되는 중간재를 공급하는 연관 산업의 생산 유발 효과가 크다. SOC 시설은 대부분 제조업 및 전기, 기계산업의 제품을 조립하거나 재가공해 구축되므로 연관 산업의 생산 활동을 왕성하게 하여 전반적인 경기 부양을 유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1조 원 규모의 건설투자는 철강 및 금속, 정보기술(IT) 산업 등 1조1000억 원 규모의 연관 산업 생산 유발 효과가 있다.

셋째, 지역의 균형발전과 경제성장 잠재력 확충에도 기여한다. 지난해 경북 상주시 자료에 따르면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청원∼상주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상주시는 7개 기업을 유치하고 첨단산업과 종합물류센터, 산업단지에 2조5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와 같이 SOC 투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 물류비 절감, 교통 혼잡 완화를 통해 국가 및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투자 후에는 지속적인 투자 과실을 수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도 올해 예산을 257조2000억 원에서 284조5000억 원으로 늘리면서 증액분의 5분의 1인 5조1000억 원을 SOC 분야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이 정도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성장동력을 창출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SOC 투자가 분산되면 사업이 장기화돼 교통정체 등 국민 불편으로 사회적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한다. 정부 재정을 불필요한 곳에 지출하면 지혜롭지 못하나 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으면 더욱 지혜롭지 못하다. 일자리 창출 및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 편익을 증진시키는 SOC 사업에 더 적극적이고 집중적으로 투자해 산업 전반의 경기를 부양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데 혜안을 모아야 한다.

조용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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