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잘나가는 MB 대선조직, 부패의 싹이 자란다

  • 입력 2009년 4월 13일 02시 57분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외곽 지원 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선진연대) 사람들이 정부는 물론이고 반관반민 기관 곳곳에 진출하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최근 업계 관계자들한테서 부적절한 접대를 받아 물의를 빚은 청와대 모 행정관은 선진연대 활동을 ‘끈’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청와대에 들어갔다. 20여 개 정부 관련 연구기관의 연구비를 배분하는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핵심 보직에 최근 임명된 모 대학교수도 이 단체 관련자다. 선진연대는 지난달 대통령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2급)도 배출했다. 박영준 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청와대에서 퇴진할 때 그 자리를 이어받은 정인철 기획관리비서관도 선진연대 대변인을 지냈다.

선진연대는 대선을 앞둔 2007년 10월 이 후보를 지원했던 각종 포럼 조직이 합쳐진 450만 명 규모의 사조직이다. 박 국무차장과 김대식 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이끌었다. 이 대통령은 올 2월 선진연대 회원 25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베풀었다. 참석자 중엔 공기업 감사급이 너무 많아 사장급 이상만 소개될 정도였다고 한다.

역대 대선에서 선진연대만큼 단기간에 급조된 조직도 찾아보기 어렵다. 김영삼 정권의 민주산악회나 김대중 정권의 연청, 노무현 정권의 ‘노사모’에 비해 처음부터 한자리를 노린 ‘꾼’들이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정부와 청와대, 공기업은 물론이고 금융기관을 비롯한 민간기업 사외이사에 이르기까지 선진연대 출신들이 끼어들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역량과 도덕성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이 권력의 후광을 업고 세상을 휘저으면 국가 인사 시스템과 사회 기강이 무너지고 부패의 싹이 자랄 수밖에 없다.

권력 주변 요직을 차지한 대선 사조직 출신들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면서 정·관계 비리의 통로 역할을 하기 쉽다. 역대 정권을 부패의 늪으로 몰아넣었던 것이 바로 그런 인사들이다.

선진연대는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 듯 올 2월 해체를 선언하고 소수 전문정책그룹인 ‘선진국민정책연구원’과 대중조직 ‘동행대한민국’(가칭)으로 변신을 꾀했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다. 정책연구원은 녹색성장 세미나 개최 같은 정책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녹색성장 사업마저 흐려놓을 우려가 있다. 득세한 지금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듯이 착각하겠지만 권력이 과(過)하면 방약무인(傍若無人)하기 쉽고, 그런 가운데 잘못이 깊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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