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포스코, KT&G와 함께 ‘민영화된 공기업’으로 불린다. 지분구조는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바뀌었지만 회사 설립 이후 걸어온 길이나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특수성 때문에 지금도 일반 민간기업과는 성격이 다른 ‘공적(公的) 기업’ 성격을 띠고 있다. 임직원들의 부정부패와 이에 따른 경영 효율 저하는 직간접적으로 국민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이 회장이 취임 직후 영입한 검사 출신의 정성복 윤리경영실장(부사장)은 “여기에 오기 전에 (KT가) 썩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직접 와서 보니 상상 이상으로 심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민영화의 성과’를 자랑했던 이 회사는 공기업 때의 구습(舊習)을 털어내지 못한 채 층층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었고, 그러다 보니 정치권 등의 외풍(外風)에 약했다. 작년 남중수 KT 사장과 조영주 KTF 사장 구속에서 드러났듯 최고경영자(CEO)부터 부패의 사슬에 묶여 있었다.
KT 일각에서는 “형사고발은 너무 가혹하다”는 불만도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썩은 살을 과감히 도려내지 않으면 경쟁력 강화도, 글로벌 통신기업으로의 도약도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반 공기업이나 다른 ‘공적 기업’이라고 해서 KT보다 깨끗하다고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 끊임없는 내부 감시와 자정(自淨) 노력, CEO들의 배수진을 친 부패척결 의지, 그리고 시스템 개혁을 통해서만이 ‘주인 없는 회사’의 타락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KT 모델이 성공하고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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