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민정·사정 라인은 대체 뭘 했단 말인가.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은 국민여론 및 민심동향 파악, 공직·사회기강 관련 업무와 법률문제 보좌, 민원 업무를 처리하는 조직이다.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공직자들의 부패·비리 소지를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민정수석비서관실의 핵심 기능이며 존재 이유다.
하지만 노 정부 청와대의 민정 라인은 대통령 가족과 정상문 총무비서관이 청와대 문턱을 넘나들며 수십억 원에 이르는 박 회장의 검은돈을 받는 동안 아무런 경보를 발하지 못했다. 박정규 전 민정수석비서관은 재직 중이던 2004년 12월 박 회장으로부터 1억 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지킨 격이다. 어느 정권보다 도덕성을 내세웠던 노무현 정부의 민정·사정 조직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노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 민정·사정 기능을 ‘핫바지’로 만들고서는 어떤 권력자도 퇴임 후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것을 노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정권도 안심할 수 없다. 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이종찬 전 고검장은 2003년 변호사 사무실 개업자금으로 동생에게서 박 회장의 돈 5억4000만 원을 빌렸고, 박 회장과 관련해 석연찮은 소문에 휩싸였다. 초대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추부길 씨는 청와대를 나온 뒤인 지난해 9월 박 회장의 돈 2억 원을 받고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에 게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를 위한 전화 청탁을 시도했다. 하지만 추 씨는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나서야 체포됐다.
대통령 주변의 부패 비리에 대한 자체 정화(淨化) 기능이 마비되면 정권의 도덕적 기반이 무너져 내리고 국가적 체면까지 훼손될 수 있음을 우리는 지금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대통령과 주변을 부패의 유혹과 공세로부터 차단하는 일은 대통령의 책무이자, 온전한 전직 대통령을 갖고 싶어 하는 국민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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