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규덕]개성공단 억류 국민을 구출하라

  • 입력 2009년 4월 15일 03시 00분


소말리아 해적에 억류된 미국 컨테이너 화물선의 리처드 필립스 선장이 5일 만에 극적으로 구출됐다. 미 해군의 항공모함이나 전폭기를 동원한 해상작전이 아니라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미 해군 특수전 요원들의 전광석화와 같은 구출작전이었기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취임 이후 화합과 협력을 유난히 강조했던 신임 대통령이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용기 있는 행동을 선택할 수 있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나타난 결과라 더욱 값지게 받아들여진다.

해적이 줄곧 선장을 살해하겠다는 위협과 함께 몸값을 요구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지켰다. 또 미국인의 생명과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가 적을 응징하고 자국 시민을 가족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려보낸다는 원칙을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게 됐고 동시에 도전세력에는 단호한 모습과 위엄을 과시했다.

미국의 전통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 당시부터 미국은 북아프리카의 해안에서 빈번하게 발생한 자국 상선에 대한 피랍과 해적의 무차별 공격에 단호히 대처했다. 외교적 협상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한 제퍼슨이었지만 해상이익에 대한 도전에는 무력을 동원해 단호히 대처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당시의 취약한 해군력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한 무력도전을 완벽하게 제압하기란 쉽지 않았다.

수차례 원정에서 전비만 300만 달러 넘게 지출되자 의회 일각에서는 북아프리카 국가가 요구한 석방비용을 지불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는 적극적 군사력의 과시만이 젊은 미국을 유럽 열강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게 만드는 첩경이란 주장을 접지 않았다. 그의 정책은 후임 제임스 매디슨 대통령 이후 오늘까지 계승된다. 미국의 지도자는 많은 비용과 인명손실에도 불구하고 해상에서의 자유로운 행동보장을 지켜냈을 뿐 아니라 상업거래를 제한하는 어떤 도전에도 좌시하지 않는 확고한 전통을 만들었다.

우리는 어떠한가? 민간인 관광객을 피격한 사건에 대해 공개사과는커녕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조차 거부한 북한이 개성공단의 우리 직원을 특별한 이유 없이 억류했지만 구출작전은 꿈도 꾸지 못한다. 국가의 품격은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잘못은 바로잡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예멘에서 우리 관광객은 물론 정부진상조사단에 대한 테러가 발생했지만 설마 우리 정부를 상대로 했겠느냐는 안일한 자세와 테러집단과의 대결을 피하고 싶은 희망적 사고가 여전히 교차한다. 선진화를 이루고 경제회복도 하고 싶지만 국제사회의 도전세력과의 직접적인 대결만은 피하고자 한다면 이는 정의로운 자세가 아니며 국제사회의 존경을 얻기도 어렵다.

과거 정부 일이지만 아프가니스탄의 인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관례와 협조체제를 무시한 채 탈레반과 부끄러운 거래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 빌미로 전투부대가 아니라 현지인을 도우려고 재건과 의료지원을 담당하는 동의부대와 다산부대를 철수시켰다. 국제사회의 대의나 정의를 지켜내기 위해 대결도 불사해야 한다는 자세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우리의 민의가 국제사회의 정의 수행을 지지할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한다는 답변만을 내놓는다.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것이 글로벌 코리아의 가치이다. 대다수 국민은 정부의 용기 있는 선택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홍규덕 숙명여대 사회과학대학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