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적 차원에서 식약청 재편해야

  • 입력 2009년 4월 15일 03시 00분


윤여표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그제 국회에서 석면 탤크 현안 보고를 하다 여야 의원들로부터 질책을 받자 “나무라지만 말고 도와 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식약청은 지난해 멜라민 파동에 이어 최근 석면탤크가 포함된 베이비파우더와 화장품, 의약품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인력과 예산 부족 타령만 했다.

식약청 직원 1425명 가운데 44%인 633명이 연구직이고 전체의 66%가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다. 연간 500여 건의 연구개발(R&D) 업무 가운데 300여 건은 외부 업체나 기관에 용역을 준다. 이만한 전문가 풀에 연구개발 업무의 상당 부분을 외부에 맡기는데도 국민이 안심할 만한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 행정을 펴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석면 파동만 해도 김창종 중앙대 교수가 “탤크 등의 안전성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용역보고서를 2004년에 내놓았는데도 손을 놓고 있다가 사태를 악화시켰다.

윤 청장은 “직원들이 밤새워 일하는데 칭찬은커녕 비판만 쏟아진다”고 말했지만 현실을 보면 억울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식약청 공무원 245명이 2007년 1212회나 외부 강의를 나가 2억9700만 원의 강의료 부수입을 올린 사실이 작년 말에 적발됐다. 업무시간에 업무 외의 일을 하면서 관련 업체로부터 두둑한 강의료를 챙기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직원들이 밤늦도록 붙잡혀 있는 이유는 대체로 인허가와 관련한 검사 때문이다.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 요구는 높아졌는데 조직과 인력은 여전히 1990년대식 인허가 업무에 치중돼 업체들에는 ‘규제기관’이라는 원망을 듣고 국민에게도 불신을 받고 있다.

식약청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조직과 인력 운용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식품과 의약품 안전 문제는 정부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고 국정을 뒤흔들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이 기회에 리더십과 행정역량이 부족한 교수 출신을 청장으로 임명하던 관행을 바꿀 필요도 있다. 국가적 차원의 식약청 재구축 작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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