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의 매력’ 한껏 뽐내는 도쿄
이곳의 매립은 1974년 끝났지만 오랫동안 황량한 불모지로 남아 있었다. 1979년부터 도쿄 도가 ‘임해 부도심’ 개발을 검토하다 1990년대 후반에야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다. 지금 이곳에는 수변의 이점을 살린 관광시설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지난해 방문객은 4760만 명에 이른다. 이곳의 대형 온천에 들어서면 다양한 일본 전통 유카타(浴衣)를 골라 입어야 한다. 안에는 에도 시대의 주막과 식당을 재현해 놓은 거리까지 만들어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온천욕을 마친 뒤 부근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신바시까지 가다 본 도쿄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맑은 겨울날엔 후지(富士) 산까지 보인다지만 밤이라 도쿄 만의 풍치를 제대로 볼 순 없었다. 그러나 도쿄 중심부의 스카이라인과 조화를 이루는 레인보 브리지는 장관이었다. 여기저기 정박해 있는 크고 작은 배의 불빛이 도쿄가 항구도시임을 웅변한다. 인공섬과 도심을 연결하는 이 다리의 강철선에는 램프가 달려 있다. 낮 동안 얻은 태양에너지로 밤이면 빨강 초록 하얀색 조명이 켜진다. 1987년 착공해 16년 전 완공된 다리에 이 같은 친환경 시설이 있는 것이 놀랍다.
이날 오전 아사쿠사에서 수상버스를 타고 일본 9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히는 하마리큐까지 가보았다. 수상버스 나루터에서 간발의 차로 버스를 놓쳐 30분 뒤 출발해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둘러보니 바로 옆 근린공원 지하에 아담한 갤러리를 만들어 놓았다. 아내와 함께 이곳에서 그림 전시를 보며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냈다. 수상버스를 타고 30분 남짓 스미다 강을 내려가는 동안 양옆으로 유선(遊船)이 줄 지어 서 있다. 밤에는 홍등을 켜고 강을 오가며 주흥을 기대하는 관광객들을 유혹한다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중국 순방 중 징항(京杭) 대운하를 방문한 자리에서 “용산 여의도에서 중국까지 (물길을) 잇는 교통 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대비해 여의도 난지 잠실지구 등에 한강에서 경인운하를 거쳐 바다로 통하는 요트 코스 개발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듣기만 해도 흐뭇하다. 그러나 강만으론 세계에 내놓아 손색이 없는 명품 수변관광지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오 시장 역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앞의 푸른 바닷물을 보고 그 경관에 감탄한 일이 있다”고 기자에게 토로한 일이 있다.
한강-서해 뱃길 빨리 열렸으면
뉴욕도 바다와 함께 허드슨 강을 끼고 있고, 시드니 역시 태평양에 면한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도쿄 만 주변에선 지금도 아리아케, 시노노메 지역의 매립과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두 달 전 서울시장과 인천시장, 경기도지사가 경인운하 사업이 2011년까지 완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한강의 물길과 서해 바다가 이어지면 중국 관광객들이 여객선을 타고 노들섬 공연장으로 와 뮤지컬 명성황후를 보게 되는 날도 올 것이다. 그때는 한강 둔치에서 외국배가 오가는 모습도 보겠지. 경인운하 물길이 열릴 3년 뒤가 아니라 통일시대를 맞아 임진강 물길까지 활짝 열릴 50년, 100년 뒤까지 내다보자. 그래야 수도권이 세계적인 명품 수변관광 허브로 떠오를 수 있다.
최영훈 편집국 부국장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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