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임시이사 중에는 지난 정부와 성향이 같은 인사가 많다. 그런데도 교육과학기술부는 임시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된 직후인 지난해 7월에 급박한 경우 학교운영에 개입할 수 있는 ‘긴급처리권’을 이들에게 부여해 빌미를 제공했다. 실제로 이들은 그동안 이를 근거로 멋대로 이사회를 소집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번에도 이들은 긴급처리권을 갖고 있음을 내세우며 총장 선임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자신들이 뽑은 새 총장을 연결고리로 해서 지난 정권 시절에 자신들이 확보했던 대학 내 기득권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 노 정부가 분규 대학에 낙하산 임시이사를 내려 보낸 뒤 같은 성향의 인사들로 하여금 운영권을 장악하려 했던 계획은 아직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교과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손을 놓고 있는 책임이 크다.
이들의 총장 선임은 월권이다. 현행 사학법이 긴급처리권을 명시한 것 자체가 정부의 사학운영 개입을 정당화하는 독소조항인 데다 총장 선임처럼 중대한 사안에 긴급처리권을 적용하는 것은 법리상 맞지 않는다. 긴급처리권은 불가피할 때만 허용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인 지난해 7월 교과부가 노 정권에서 임명된 이 대학 임시이사들에게 계속 대학 운영권을 유지시켜줄 수 있는 긴급처리권을 부여한 것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교과부는 이들의 대학 운영권 행사에 제동을 걸고 사학의 자율성을 되찾아주는 데 나서기는커녕 이들과 거래를 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세종대와 마찬가지로 이사회 공백 상태에서 신임 총장을 뽑아 법적 논란을 빚고 있는 상지대에 대해 교과부는 용인하는 태도를 취했다. 정부가 분규 사학을 전리품으로 보고 사학을 장악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정부는 분규 사학인 경기대와 세종대에 낙하산 총장을 내려 보내려 했다. 대학 자율성을 강조했던 현 정부가 지난 정권의 구태를 답습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