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PSI 반대는 경찰에 방범순찰 말라는 격

  • 입력 2009년 4월 16일 02시 58분


정부가 당초 어제 하기로 했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선언을 미뤘다. 북한이 로켓 도발을 한 것도 모자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에 반발해 6자회담 불참, 핵시설 복구 같은 초강경 대응을 한 다음 날 발표를 미뤄 뒷걸음치는 모양새가 된 것은 유감이다. 정부 설명대로 며칠 연기된 게 사실이라면 남북관계 및 주변국과의 협의를 비롯한 변수가 해소되는 대로 국제사회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저지 노력에 동참하는 확고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PSI는 핵과 미사일을 포함한 WMD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2003년 시작됐다. 우리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지구촌을 테러국 및 테러단체의 손에서 지키기 위해 PSI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PSI는 북한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고 지구촌 전체의 안전과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체제다.

PSI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경찰이 순찰 활동을 통해 범죄에 사용될 흉기의 이동을 차단하는 제도 같은 것이다. 이미 94개국이 참여한 사실을 보더라도 우리의 PSI 참여는 뒤늦은 감이 있다. 지난 6년간 WMD와 관련된 수상한 화물 30여 건의 이동이 PSI 덕분에 저지됐다. 예멘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국민이 희생된 데서 드러났듯이 우리도 국제테러 표적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이 “남한의 PSI 참여는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하는 것은 도둑이 경찰 보고 ‘건드리면 가만 안 두겠다’고 큰소리치는 격이다. 북한이 WMD 확산을 시도할 생각이 아니라면 반발할 이유가 없다. 북한은 우방인 러시아가 PSI에 참여할 때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북이 남한의 PSI 참여에 대해서만 물고 늘어지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만만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북한이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한 14일 “북한을 자극하고 군사적 충돌 가능성만 더욱 높아진다”며 정부에 PSI 전면참여 중단을 요구했다. 민주노동당도 비슷한 논리를 펴고 있다. 방범순찰에 나서겠다는 경찰을 비난하면서 도둑 편을 드는 것이나 마찬가지 논리다. 로켓 발사와 6자회담 불참 선언에 이르기까지 최근 남북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온 것은 북한이다.

북한 선박이나 항공기가 WMD와 관련된 화물을 수송하더라도 우리 영해 내수 영공이 아니면 개입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북이 PSI를 빌미 삼아 다른 도발을 한다면 우리는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북한의 억지나 남쪽 일각의 그릇된 주장에 흔들려도 괜찮을 정도로 상황이 한가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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