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산불이 작은 부주의와 방심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굳이 통계수치를 언급하지 않아도 익히 아는 사실이다. 해마다 실화로 발생하는 산불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와 같은 지도계몽 차원의 틀을 벗어나 논·밭두렁 태우기에 인허가제를 도입하고 등산객이 인화물질을 소지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강화하는 등의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등산객이나 운전자는 산이나 도로변에서 자신이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담배꽁초가 얼마나 큰 산불로 이어질지, 이런 산불이 얼마나 큰 손실을 가져오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티끌 모아 태산이 아니고 티끌이 태산을 모두 잿더미로 만들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자기 집 안방이나 사무실 바닥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은 없다.
산불은 현대사회의 필수 에너지원인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도 위협한다. 송·배전선로 아래에 있는 나무가 탈 때 발생하는 화염이 전선을 녹일 뿐 아니라 연기로 인해 전력 공급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경주 보문관광단지 뒤쪽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선로까지 위협함에 따라 경주시 전역이 정전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광역정전 위기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산림청 소방당국과 한국전력공사는 초긴장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담배꽁초의 무단 투기와 같은 작은 실수로 인해 경주시 전역이 암흑으로 변하고 시민 불안과 사회적 혼란, 산업활동 마비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산불로 인한 정전을 예방하기 위해 전력회사에서는 평소 송·배전선로 인근 잡목 제거, 산불발생 예방 홍보 등 산불 예방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특히 한식 등 산을 찾는 사람이 많은 봄철에는 비상근무를 하고 유사시에 대비해 송·배전선로 계통 변경 방안 등 정전 피해 최소화 계획을 수립한다. 시도 산불종합상황실과 직통전화 운영 등 행정관서와 협조체제를 구축하기도 한다. 실제 산불이 일어나면 송전선로 인근에 헬기를 집중 투입해 우선 진화하도록 준비하고 정전이 우려되는 전력공급 선로가 있으면 최대한 인근 변전소로 긴급 전환해 정전을 예방하는 조치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한국전력공사와 같은 전력회사의 노력과 활동만으로는 산불로부터 송전선로를 안전하게 지켜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산불로 인한 송·배전선로 피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선로 바로 아래뿐만 아니라 선로 인근 나무에 대한 적정 수준의 벌채가 필요하다. 산림청, 한국전력공사 등 관계당국과 토지 소유주의 대승적인 양해와 협조가 절실히 요구되며 국민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산불은 입산자 실화 등 사소한 부주의에서 발생하지만 피해는 엄청나다. 재산 또는 인명 손실은 물론이고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탄받는 이탄화탄소를 배출하여 지구 온난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산불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랫동안 가꾼 우리의 자산인 산림을 산불로부터 온전히 지켜내기 위해 온 국민의 관심과 협조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장길수 고려대 전기전자전파 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