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섭일]‘깨끗한 손’ 묻더니 결국 600만 달러냐

  • 입력 2009년 4월 17일 02시 56분


대통령시민사회수석과 국정상황실장이 2003년 5월 이탈리아의 ‘깨끗한 손(Mani pulite)’에 관해 자문을 해왔다. 1992년 2월 사회당 경리국장 구속으로 발단된 ‘깨끗한 손’을 지속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당시 월간지에 실린 기사가 유일한 자료여서 필자의 조언을 듣고 싶다고 했다.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가 주도한 ‘깨끗한 손’은 2년간 2명의 전 총리, 장관, 차관, 지방정부 수장, 고위관료, 국회의원, 기업인 등 2만5000여 명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체포해 4600명을 구속했다. 무려 2000여 명이 유죄 선고를 받은 최대의 부패 사정이었다. 집권 기민당과 사회당은 총사직하고 당을 해체해 국민에게 사죄했다. ‘깨끗한 손’은 부패 사정의 모범이 되었다. 한국 수사기관에 한국판 ‘깨끗한 손’의 기회가 많았으나 이제 부정부패는 한국의 정치병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검찰과 법원의 공조만으로 정치권 압력을 배제해 부패 소탕에 성공했지만 한국은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의지가 확고하냐고 물었다. 대통령비서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정 의지를 강조하면서 정치부패 척결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곧 청와대에서 부패사건이 터져 대통령총무비서관이 구속되더니 ‘깨끗한 손’을 자문한 국정상황실장마저 구속되고 말았다. 그들 스스로 부패 사정의 대상이 되었다. 진보-개혁세력은 무능하지만 도덕성을 먹고 사는 정치집단이다. 노무현 추종세력은 중산층 서민 노동자를 대변한다고 큰소리쳤으나 사리사욕 채우기에 바빴음을 만천하에 폭로하고 있다. 노무현 일가는 뻔뻔스럽게도 도덕성 하나만 건졌다고 떠들면서 600만 달러의 검은돈을 챙겨 국민을 속이고 있었다.

봉하마을의 노무현 사저는 대저택이다. 프랑스의 역대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후 모두 옛집으로 돌아갔다. 드골은 파리에 집이 없어 로렌 지방 시골로 낙향했고, 퐁피두는 파리의 아파트에, 지스카르는 손수 자가용을 운전해 옛집으로 돌아갔다. 14년 최장수 기록의 미테랑도 파리 7구 아파트로 돌아갔다. 모든 프랑스 대통령이 엘리제 대통령궁 입주 전의 바로 그 집으로 돌아가 시민으로 존경받으며 여생을 마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는 천문학적 뇌물을 받았음에도 발뺌으로 바쁘다. 전직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라 믿을 수 없는 교활한 처신이다.

미테랑은 비서실장, 노동장관, 재무장관, 총리를 지낸 피에르 브르고부아가 파리에 집이 없어 시골에서 출근하는 모습을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사업가 친구에게 아파트 구입비 일부를 빌려주도록 주선했다. 브르고부아는 5000만 프랑(약 1억 원)을 빌려 파리에 아파트를 장만했다. 그는 1993년 총리에서 물러나면서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언론이 ‘검은돈’으로 파리에 집을 샀다고 공격한 것이다. 그는 빚을 갚았다고 해명했으나 언론은 계속 물고 늘어졌다. 유산인 골동품으로 갚았다고 거듭 해명했다. 브르고부아는 프랑스의 청렴 정치인의 상징이었다. 1993년 5월 1일 자신이 시장인 느베르 시 강변에서 그는 권총으로 자살했다. 죽음으로 도덕성을 국민에게 증명했다.

노무현 일가와 추종세력에게서 나오는 부정부패의 악취로 한국이 진동하고 있다. 노무현 집권 5년은 무능, 코드, 남남전쟁, 빈부격차 극대화, 민족공조와 친북정책, 비리부패로 국가와 민족에 먹칠을 했다. 소위 진보-민주개혁의 존재는 존재 이유를 완전히 잃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해명과 방어작전’은 반성과 수치를 모르는 모습으로 전직 대통령의 처신이 결코 아니다. 수사당국은 노무현 부패스캔들을 철저히 파헤쳐 정치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소위 진보-개혁세력도 국민에게 참회하고 스스로 정치무대를 떠나야 마땅하다.

주섭일 언론인 사회와 연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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