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시작되는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삼성 안준호 감독(53)이 요즘 취재진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다. 경기 때마다 상황에 맞는 절묘한 사자성어를 인용해 화제를 뿌리고 있어서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는 올 시즌 대진이 스피드와 높이가 맞서는 ‘황금분할(黃金分割)’이라고 하더니 LG와의 6강전에서는 교만하면 망한다는 ‘교병필패(驕兵必敗)’라는 말로 주목받았다. 시의에 맞는 사자성어를 내놓으면서 삼성 프런트 가운데 담당 직원이 있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한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안 감독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다. 안 감독은 초등학교 입학 전 고향인 전남 담양군의 서당에 다니며 천자문, 명심보감을 익혔다. 서울 유학 후 광신상고에 입학해서는 농구부 선수에게도 은행 취업 시 필수인 한자 공부만큼은 철저히 시키다 보니 수업을 꼬박꼬박 들었다.
그는 경희대 재학 시절 서울 청계천의 고서점가를 다니는 게 휴일의 주된 일과였다. 안 감독은 1980년대 삼성 선수 시절 해외 원정을 가면 당시 한자로 기재하던 복잡한 출입국 관련 서류를 유려한 필체로 써줘 대서소 차려도 되겠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뿌리 깊은 한자 실력을 앞세운 안 감독이 챔피언 결정전에선 어떤 사자성어를 내놓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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