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포인트]사자성어 좔좔… 안준호의 ‘형설지공’

  • 입력 2009년 4월 17일 02시 56분


“오늘의 사자성어(四字成語)는 뭔가요.”

18일부터 시작되는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삼성 안준호 감독(53)이 요즘 취재진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다. 경기 때마다 상황에 맞는 절묘한 사자성어를 인용해 화제를 뿌리고 있어서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는 올 시즌 대진이 스피드와 높이가 맞서는 ‘황금분할(黃金分割)’이라고 하더니 LG와의 6강전에서는 교만하면 망한다는 ‘교병필패(驕兵必敗)’라는 말로 주목받았다. 시의에 맞는 사자성어를 내놓으면서 삼성 프런트 가운데 담당 직원이 있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한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안 감독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다. 안 감독은 초등학교 입학 전 고향인 전남 담양군의 서당에 다니며 천자문, 명심보감을 익혔다. 서울 유학 후 광신상고에 입학해서는 농구부 선수에게도 은행 취업 시 필수인 한자 공부만큼은 철저히 시키다 보니 수업을 꼬박꼬박 들었다.

그는 경희대 재학 시절 서울 청계천의 고서점가를 다니는 게 휴일의 주된 일과였다. 안 감독은 1980년대 삼성 선수 시절 해외 원정을 가면 당시 한자로 기재하던 복잡한 출입국 관련 서류를 유려한 필체로 써줘 대서소 차려도 되겠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뿌리 깊은 한자 실력을 앞세운 안 감독이 챔피언 결정전에선 어떤 사자성어를 내놓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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