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 프로리그를 지향하며 야심 차게 첫 발을 내디딘 슈퍼리그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남자부 4개, 여자부 8개 팀이 참가해 10일 개막한 슈퍼리그는 지역연고제가 정착된 유럽 프로리그가 롤 모델이다. 전국을 돌며 5개월간 장기 레이스를 펼친다. 핸드볼계는 ‘한데볼’이 국민 스포츠로 거듭날 기회라며 반겼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모습은 낙제점에 가깝다. 먼저 실업연맹의 준비 부족이 눈에 띈다. 연맹은 개막 하루 전까지 경기장 등 시설 보수에 매달렸다. 팸플릿도 틀린 게 한두 곳이 아니다. 장기 레이스를 운영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연맹의 리그 전담 직원은 단 한 명. 연맹 전무이사, 상벌부장 등은 소속팀 챙기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실업팀 감독들이 나눠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팬과 언론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제공조차 되지 않았다. 리그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어떤 선수가 몇 골을 넣었는지 알 수 없다. 한 누리꾼은 “경기는 TV 중계를 안 해서 못 보고, 기록은 안 올려줘서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리그에 참가한 감독이 심판부장까지 맡다 보니 공정성 논란도 일고 있다. 남자부 4개 팀만으로 장기 레이스를 하는 무리한 경기 운영, 리그가 한창 진행 중인 7월에야 상무가 남자 리그에 합류하는 기형적인 경기 방식 등도 문제다.
슈퍼리그가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실업연맹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상위 단체인 대한핸드볼협회의 지원이 절실하다. 협회 정규오 사무국장은 “서로 주도권 싸움을 한다든지 불화가 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 연맹 주관 대회에 협회가 나서기가 곤란했을 뿐이다. 1차 대회가 끝나면 연맹과 만나 지원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올림픽 때만 반짝 관심을 받는 핸드볼의 한계를 이번 대회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생순’ 신화의 주인공 서울시청 임오경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회는 프로화의 첫 삽을 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애정 어린 눈길과 지속적인 발길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신진우 스포츠레저부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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