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최고경영진은 기술과 시장 환경 등 경영여건 변화의 큰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한동안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닌텐도를 재건하기 위해 새로운 노력에 착수한 2002년 즈음 닌텐도의 이와타 사장과 게임개발본부장 미야모토 전무는 게임산업을 짓누르던 두 경향에 주목했다. 게임업체들의 가장 중요한 고객인 10대 청소년이 성인이 되어 가면서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점과 최첨단 고성능 게임기기의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게임을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었다. 두 사람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방식을 답습할 게 아니라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고, 시장과 경쟁방식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재고하게 됐다.
전통적으로 게임산업은 10대 청소년, 특히 남학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첨단부품을 사용한 고성능 게임기기를 경쟁적으로 개발해 왔다. 하지만 닌텐도는 경쟁 대상을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게임에 대한 무관심’으로 재(再)정의했다. 두 사람은 이들 비(非)소비자가 게임을 너무 폭력적인 것으로 인식했을 뿐 아니라 각종 버튼이 즐비한 컨트롤러에 익숙해지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게임에 접근하는 것을 꺼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들은 닌텐도의 잠재 고객층을 10대 남학생이라는 작은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인 ‘5세에서 95세의 남녀 모두’로 확대해 다시 정의했다. 우리 경영자들은 기존 고객에게 지나치게 집중해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둘째, 최신 부품을 장착한 고성능 제품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닌텐도 위가 사용하는 주요 부품은 경쟁 대상인 소니의 PS3나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360과 비교할 때 한참 뒤떨어지며 오히려 두 경쟁사의 이전 세대 제품이 사용했던 수준의 부품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게임을 하지 않았던 비소비자들은 뛰어난 화질과 복잡한 게임보다는 직관적이고 사용이 편리한 제품을 요구하고 있었고 이는 첨단부품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달성 가능한 일이었다. 닌텐도는 가격이 저렴한 이전 세대의 부품을 사용함으로써 게임기기 판매에서 보는 손실을 게임 소프트웨어 판매를 통한 이윤으로 보전하는 게임산업의 통념을 뒤집었다. 게임기기 판매에서 개당 50달러 정도의 이익을 창출했고, 게임개발 비용을 줄여 게임 소프트웨어 판매에서도 더 많은 이익을 남김으로써 경쟁업체와 확연하게 다른 수익구조를 달성한 것이다. 우리 경영자들은 지금보다 더 고성능의 기술을 통해서만 혁신이 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에 비즈니스모델 혁신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가.
최근 창조경영을 논의할 때 흔히 기존 사고의 틀을 비유적으로 ‘상자(박스)’로 표현해 상자를 벗어난 사고를 해야 한다고 한다. 상자를 벗어난 사고를 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은 우리 상자가 아닌 ‘다른 상자’를 들여다보면 된다. 닌텐도의 창의적 경영이라는 훌륭한 ‘다른 상자’를 통해 우리 기업들도 선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한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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