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태훈]야구 돔구장 계획 러시… 수익창출 묘안은 있나

  • 입력 2009년 4월 20일 02시 57분


“우리 시장님이 큰 거 하나 또 발표하실 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서울시를 출입할 때 알고 지내던 시 고위 관계자가 16일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내용인즉 구로구 고척동 돔구장 건립 기공식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교통이 편리한 잠실 등에 3만∼4만 명을 수용하는 돔구장 추가 건립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에 대해 야구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강승규 대한야구협회장은 “돔 문화 콤플렉스를 지으면 야구와 다양한 공연, 영화를 즐기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야구를 즐기는 공간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다. 비가 내려도 야구를 할 수 있는 돔 구장은 선수나 관중 모두 반길 만하다. 하지만 연이은 돔 구장 건설이 능사는 아니다. 기존의 야구장은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 수천억 원을 쏟아 부어 돔구장을 세운다고 관중이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을 것이다. 2011년 완공되는 고척동 돔구장은 2만 석 규모다. 서울시는 3000석 정도를 추가로 늘릴 계획이지만 국제 대회를 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고척동 돔구장에서 아마와 프로야구를 병행하겠다는 대한야구협회의 구상이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아마추어 대회 관중은 평균 수백 명 수준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제2의 돔구장 건설을 서두르겠다고 했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이룬 한국 야구의 인프라가 개선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잠실의 돔구장 건설 계획은 이미 2004년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지금 경제 상황은 더 나쁘다. 야구장과 문화시설을 합친 돔 콤플렉스 건설에는 1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강 회장은 “민간 사업자 참여와 함께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이용하면 건설에는 문제가 없다”며 “조용필 등 인기 가수와 세계적인 오페라 등을 유치하면 수익성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공연기획자는 “요즘 문화계에서는 3만 석 이상의 경기장에서의 공연을 기피하고 있다. 그만한 관중을 동원할 공연물도 손꼽을 정도다”고 말했다.

돔구장을 지었는데 수익이 나지 않으면 국민의 혈세로 막을 수밖에 없다. 일부 야구 관계자들은 “고척동 돔구장이라도 제대로 지어야 한다. 그리고 기존의 전국 야구장을 리모델링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돔구장의 추가 건설에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오 시장은 내년 5월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한다. 장밋빛 청사진보다 실현가능한 공약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태훈 스포츠레저부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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