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연차 강금원 수사 ‘場外공세’에 흔들릴까

  • 입력 2009년 4월 20일 02시 57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정관계 불법자금 제공사건 수사에 대해 장외(場外)의 맞바람이 커지는 양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 여야 유력 정치인까지 검찰 수사 흔들기에 가세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17일 홈페이지에 후원자인 강 회장을 감싸는 글을 띄웠다. 그는 강 회장에 대해 “공무원이나 정치인에겐 돈을 주지 않았다. 대통령 주변에서 일하다가 놀고 있는 사람들이 먹고살 것 없으면 사고치기 쉬우니 뭐라도 해보라고 도와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강 회장을 ‘법대로 기업하는 사람’으로 포장하면서 “모진 놈 옆에 있다 벼락 맞은 것”이라고 묘사했다. 검찰의 표적사정에 강 회장이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강 회장의 비자금은 횡령(266억 원)과 조세포탈(16억 원)로 조성됐다. 참여정부의 핵심인사들이 이 돈에서 수천만 원부터 수억 원까지 받아 썼다. 그런데도 노 전 대통령은 강 회장을 ‘의리의 화신’인 양 치켜세웠다. 자신에 대한 재판에 대비해 강 회장에게 계속 ‘의리’를 지켜달라는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같은 날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지난 1년 동안 성적표를 숨기기 위한 선거용 수사”라며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특히 이 대통령이 2007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낸 30억 원의 특별당비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이 박연차 회장의 돈으로 대납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뚜렷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현직 대통령을 비리 의혹에 끌어들이는 것은 수사를 ‘물타기’ 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선거 때마다 도졌던 흑색선전병(病)이 4·29 재·보선을 앞두고 재발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의 박 회장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추 전 비서관이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에게 전화를 했다가 거절당했다면 이 전 부의장은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천 회장에 대해서는 “지금 나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원내대표가 누구는 수사 대상이고, 누구는 아니라고 언급해 검찰총장과 중앙수사부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박연차 리스트에 연루된 여권인사들에 대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야당 대표와 여당 원내대표의 무책임한 언사는 검찰수사의 독립성, 중립성을 해치고 법치주의를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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