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병영]편입학, 전공선택 기회 확대를

  • 입력 2009년 4월 20일 02시 57분


대학 편입학은 규모나 경쟁의 치열함에서 ‘제2의 대학입시’로 자리 잡았다. 2009학년도 편입학 모집인원은 일반편입 3만8862명, 학사편입 1만6500명으로 4년제 대학 신입학 모집정원의 15%에 이른다. 학생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소재 대학의 2009학년도 편입학 경쟁률은 일반편입 16 대 1, 학사편입 9 대 1 수준이며 서울 일부 사립대학의 일반편입 경쟁률은 40 대 1을 넘는다.

이 같은 편입학 현상에 대해 학력세탁에 불과하다는 평가와 새로운 진로 설계의 적극적인 방안이라는 평가가 교차한다. 선호도가 높은 대학졸업장을 이력에 추가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학력세탁이라는 평가는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학생의 처지에서 보면 대학이나 전공 변경, 전문학사 이후의 학업 지속, 학사 이후 새로운 전공 선택을 모색할 때 편입학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편입학 규모가 199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지방 사립대학이나 전문대학은 학생 유출 문제에 직면했다. 학생이 빠져 나가는 대학의 상황을 고려하여 2학년 편입 폐지, 제적생 기준의 여석 산정, 2학기 일반편입 폐지방안 등 편입학 기회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변했다. 이는 편입학을 원하는 학생의 요구와는 상충한다. 지방대학이나 전문대학의 입장을 고려하여 편입학 규모를 확대하지 않으면서도 학생의 진로선택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일반편입은 신입학 모집단위별로 미충원 인원에 제적생을 더해 모집인원을 산정한다. 정원 외로 편입생을 선발하는 학사편입은 해당 학년 입학정원의 5% 이하, 모집단위별 10% 이하이다. 일반편입의 경우 학생이 선호하는 전공 분야에서 미충원이나 제적생이 거의 없어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 대학 졸업 후 하는 학사편입도 모집단위별 제한된 실정이다.

선호도가 높은 전공으로 편입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일반편입은 전체 모집인원을 현재와 같이 유지하되 모집단위별 배분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하고, 학사편입은 ‘10% 이하’ 규정을 완화하거나 간호인력 등 사회적으로 필요한 특정 전공에서는 예외 규정을 두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렇게 한다면 학생의 전공 선택 기회가 확대되는 동시에 대학의 전공별 특성화 유도 및 노동시장 요구에 대한 적응도 향상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학생이 집중되는 전공의 교육여건이 악화된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어 편입학 모집단위별로 교육여건을 감안한 정원 제한은 필요하다. 2학기 일반편입은 대학의 편입생 충원 요구와 편입생의 선택 기회 확대 요구를 고려하여 대학에 자율성을 줄 필요가 있다. 일반편입 모집인원을 산정할 때 전체 교수확보율을 적용하는 방안은 타당하지 않으며 실효성도 없다는 점에서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

학생들의 진로 선택 기회 확대가 중요하기는 하나 대학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재정 확보 차원에서 무분별하게 편입생을 받을 경우 편입생의 학업 부적응 문제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은 편입생 선발의 타당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일부 대학에서 운영하는 입학사정관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편입학 지원자는 교육경험의 차별성이나 전공에 대한 적극성 등 종합적인 평가 여지가 신입학 지원자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학에서는 편입생의 적응을 돕기 위해 오리엔테이션, 전공 변경자에 대한 수강지도나 보충지도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박병영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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