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윤]과학축제 즐기며 창의력 키우자

  • 입력 2009년 4월 20일 02시 57분


숲을 거닐던 아이가 아버지에게 새는 왜 깃털을 쪼느냐고 물었다. 깃털 속에 벌레가 있기 때문에 가려운 거야. 벌레는 뭘 먹고 살지요? 새의 몸에서 나오는 단백질이야. 음식물을 먹고 자라는 생명체가 있기 때문이지. 벌레의 배설물에도 아주 작은 박테리아가 살고 있단다. 새 이름을 외우게 하기보다는 새의 행동과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창의성을 키워간 아이는 훗날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물리학자로 평가받는 리처드 파인먼이다.

창의성은 어떤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어지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내재돼 있으며, 교육훈련으로 얼마든지 계발될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자라나는 청소년이 잠재력을 발견하고 능력을 발현하려면 창의적 교육이 필요하다. 창의적 교육을 위해서는 창의적 콘텐츠와 발산적 사고를 유도하는 교수법 그리고 학생 교사 학부모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여기에 체험과 탐구, 질문과 토론 등 창의성을 발산할 기회와 계기를 많이 마련해야 한다.

지금 세계는 기후변화 에너지 질병 식량 물 등 지구와 인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개발과 창의적 인재양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담당할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가 하루아침에 양성되지는 않는다. 어릴 때부터 과학관이나 박물관, 축전이나 강연에서 체험하고 탐구하는 작은 생활 속, 문화 속 경험이 창의적 인재를 만든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시대는 여러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한 지역의 문제가 지구적 현안이 된다.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지구 현안이라도 인류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수한 인재의 창의적 역량에서 시작한다. 이 때문에 미래의 과학기술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청소년의 어깨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는 4월을 과학의 달로, 4월 21일을 과학의 날로 제정해 매년 다채로운 행사를 펼친다. 25, 26일에 개최되는 ‘가족과학축제’에는 전국에서 1000여 가족이 참가하여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축제나 페스티벌은 원래 사람들이 모여 흥겹게 즐기고 부대끼는 놀이마당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다른 세상을 만나고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의 장이다. 특히 과학축제는 보통 사람이나 청소년이 스스로 과학자가 되어 과학이라는 색다른 세상을 체험하고 경험하면서 내재된 창의성을 발견하는 학습공간이다. 올봄에는 파인먼의 아버지처럼 아이의 마음속에 창의성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자.

정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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