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은 동부 전창진 감독이다. 시즌 중 몇몇 구단의 러브콜을 받고도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며 고사했던 전 감독은 최고위층이 적극 관심을 보이는 KTF로의 이적설에 휩싸였다. 전 감독은 고민에 빠졌다. 의리를 중시하는 그는 1998년 12년 동안 몸담았던 삼성에 사표를 던졌다. 당시 은사였던 이인표 단장이 팀 내 사정으로 떠나야 됐기에 자신도 사의를 밝혔다. 사직서를 제출한 날 밤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앞일이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미련은 없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이듬해 TG삼보(현 동부)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인구 30만 명의 소도시 원주에서 그의 농구 인생은 큰 전환점을 맞았다. 세 차례 우승하며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모기업의 부도로 한때 월급도 없이 외상으로 반찬을 사야 했던 곤궁한 세월을 견뎠다.
10년 동안 한 우물을 판 그는 이제 선택의 길에 섰다. 동부는 재계약 방침을 밝혔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은 전 감독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되레 농구단 실무진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실망을 주는 경우가 잦았다. 동료 의식을 해치는 행동과 발언으로 사기를 꺾기도 했다. 한 주전 선수는 “숙소 옆 헬스클럽에서 아줌마들과 운동하고 찬밥을 물에 말아 먹던 때가 마음은 더 편했다”고 털어놓았다. 전 감독도 “내 조건보다 묵묵히 고생하는 코치, 트레이너, 선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 감독이 팀을 옮기면 다른 구단에 미치는 파장은 크다. 전자랜드는 유재학 감독이 모비스로 떠난 뒤 5년 동안 바닥을 헤맸다. 시즌을 마감했어도 전창진 감독은 여전히 뉴스의 중심에 있다. 그 결과가 궁금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