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장과 노조가 담합한 공기업 탈법 단체협약 무효다

  • 입력 2009년 4월 23일 02시 58분


감사원이 한국가스공사 등 10여 개 공공기관의 노조 운영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 단체협약 내용에서부터 노조 전임자 및 운영비 지원 현황에 이르기까지 20여 종의 자료를 요구했다. 노동부는 산하 8개 기관의 노사 단협 중 불합리한 항목을 시정하도록 지시했다. 노동부 조사로는 정부 기관이 공무원 노조와 체결한 단협 1만4915개 조항 가운데 22%인 3344개가 위법 부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독이 소홀했던 공기업 노사 단협에도 불법 탈법적인 내용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 공기업에선 병원 영수증만 제출하면 연간 30일간 병가(病暇)를 쓸 수 있어 연차휴가 등을 합해 1년에 171일을 근무하지 않은 직원도 있었다. 다른 공기업에선 경영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간부 승진 인사작업에 노조가 참관하고 노조대표가 인사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도록 노사협약에 정해놓았다. 노조 간부들이 이를 밑천삼아 ‘승진 장사’를 하다가 구속된 일도 있다. 297개 공기업은 이달 말 단체협약 전임자 수 등 5개항을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www.alio.go.kr)’에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돼 공기업 노사의 나눠먹기 실태가 드러날 것이다.

정부가 공기업 노사관계를 선진화할 의지가 있다면 이면(裏面)합의까지 찾아내 무효화해야 한다. 역대 정부에서 ‘낙하산’ 공기업 경영진이 노조의 출근 방해에 시달리다가 노조 대표와 따로 만나 이면합의로 격려금 등 보너스나 복지 확충 또는 경영 참여를 약속하는 일이 많았다. 감사원은 조사를 통해 사내복지기금을 수백억 원 늘려주거나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이면합의를 일부 찾아냈으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지난주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노사 이면합의 관행 근절”을 요구했지만 장관 지시 한마디로 해묵은 고질병이 고쳐지기는 어렵다. 이면합의와 나눠먹기 단체협약은 공기업의 일탈(逸脫)과 방만 경영을 조장하는 암세포다. 공기업별로 지난 정부까지의 이면합의를 자진 공개하고, 모두 도려내는 수술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새로 체결된 이면합의가 하나라도 드러난다면 해당기관장과 감독기관장을 문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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