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대입 지름길 돼선 안돼
세계의 많은 나라가 비슷하겠지만 대학입시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심은 특히 대단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7년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공교육비와 사교육비 지출은 국민 1인당 소득을 감안할 때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사교육비의 비중은 해마다 높아져 지금은 총교육비의 50%에 육박해 학부모 부담률이 가히 세계 최고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우리의 교육열이 과연 사회적으로 얼마나 생산적일까? 얼마 전 한국에서 개최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제회의에서 세계은행의 장에리크 오베르 선임자문관은 “한국이 암기와 가르치는 것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능력만을 중시하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의 교육정책은 주로 사교육비의 과다한 지출을 막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자녀를 위한 교육열이 유난히 강한 나라에서 사교육비의 지출을 억지로 막기보다는 오히려 학부모의 높은 교육 열기를 사회적인 순기능으로 바꾸는 방안이 좀 더 현명한 일이다. 막대한 사교육비를 우리 젊은이의 단순암기실력을 향상시키는 대신 무한한 잠재력을 계발하는 데 투자할 수 있다면, 이는 국가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특히 젊은이들의 기초과학 실력을 더욱 탄탄히 하여 장래 노벨과학상을 받는 이들을 일본 이상으로 배출할 수 있다면 남다른 교육열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데 필요한 저력이 될 것이다. 교육열의 부정적 측면을 걱정만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사교육비 투자를 이처럼 사회적으로 순기능을 하도록 바꾸려면 먼저 대학입시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왜냐하면 오늘날 우리가 부담하는 사교육비는 주로 자녀의 대학입시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KAIST에 이어 포스텍이 앞으로 무시험으로 신입생을 뽑겠다고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이 정원의 10%에서 20%를 입학사정관제로 뽑겠다고 선언했다. 대학이 드디어 입시제도를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도 이에 동의하는 듯하다. 입학사정관제도 도입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대학마다 자율권을 부여하여 일률적인 학업성적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을 뽑겠다는 취지다. 입시생의 다양한 특기계발을 장려한다는 목적에서다. 그러나 입시생이 중고등학교에서 기초교육을 충실히 하는 대신에 자신의 특기만 잘 살리고 관리하면 입시에서 우대받을 수 있는 지름길을 입학사정관제도가 열어 주는 것이라는 오해를 학부모에게 불러일으켜서는 결코 안 된다.
기초과학 육성 기폭제 됐으면
입학사정관제도는 바로 기초교육을 잘 가르치는 중고등학교와 기초교육을 제대로 배운 학생을 높이 평가하는 제도여야 한다. 이번에 도입하는 입학사정관제도야말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워하는 우리의 남다른 교육열이 진정 우리 젊은이의 잠재력을 키우고 과학기술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추진엔진이 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주인기 연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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