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장환수]올림픽 유치도 좋지만…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2분


강원 평창군이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서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기자는 전북 무주군과의 ‘살벌했던’ 국내 유치 후보도시 경쟁부터 2003년 체코 프라하와 2007년 과테말라시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까지 취재했다. 김진선 강원도지사를 비롯해 유치단이 두 번이나 쏟아낸 닭똥 같은 눈물을 바로 옆에서 목격했기에 3수(三修)에 대한 감회가 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최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너무 많은 국제대회를 치렀거나 유치하려 한다는 생각이 든다. 국제종합대회만 해도 1997년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 1999년 강원 동계아시아경기, 2002년 한일 월드컵, 2002년 부산 하계아시아경기,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가 열렸다. 2014년에는 인천 하계아시아경기가 열린다. 부산은 2020년 하계올림픽, 광주는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 유치를 준비 중이다. 단일 종목 국제대회 개최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프로 스포츠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도 올림픽이나 월드컵 유치를 위해 노력하긴 한다. ‘축구 불모지’였던 미국에선 1994년 월드컵이 열렸다. 애틀랜타는 올림픽 탄생 100주년인 1996년 그리스 아테네를 제치고 하계올림픽을 개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카고의 2016년 하계올림픽 유치 지원을 약속했다. 솔트레이크시티는 2002년 동계올림픽을 치렀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갖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척도일 뿐 국민 관심도와는 별개 문제다. 미국에서는 올림픽이 어디에서 열리는지, 월드컵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국민이 많다.

반면 미국은 야구 한 종목만 해도 한 해 동안 전체 인구의 40%가 넘는 1억3000만 명이 경기장을 찾는다. 이 중 마이너리그 관중이 4000만 명이 넘는다.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골프 등 다른 프로 스포츠도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 프로야구 관중은 대략 2000만 명,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는 1350만 명 수준이다.

그러고 보면 지난해 525만 명을 동원한 국내 프로야구는 대단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인구 비율로 치면 11% 정도지만 외국과의 단순 수치 비교는 잘못이다. 미국의 30개 구단, 일본의 12개 구단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8개 구단에 불과하다. 2군 리그 유료 관중은 언감생심이다. 열악한 경기장은 어떤가. 야구장 가는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부산 사직구장에는 지난해 138만 명이 몰렸다. 경기 수가 훨씬 많긴 하지만 잉글랜드 최고 인기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 관중과 비슷하다. 숫자를 약간씩 부풀리는 요미우리의 도쿄 관중에 비해서도 절반에 이른다.

국제종합대회를 유치하느냐, 국내 프로리그를 살리느냐의 선택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효율성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자는 국내 프로리그를 살리는 쪽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엘리트 인기 스포츠 위주로 가분수 성장을 한 우리나라에선 대변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야구 축구 농구 배구가 먼저 살아야 비로소 비인기 종목에도 국민의 눈길이 미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또 끝나고 나면 시들해지고 마는 국제종합대회 개최보다는 김연아 박태환 같은 천재의 등장이 국내 스포츠 발전에 훨씬 기여하기 때문이다.

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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