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관한 불편한 진실
어쩌면 김 당선자 생각이 맞는지도 모른다. 그는 이명박 교육이 줄 세우기 경쟁교육이라고 말했다. 이를 충실히 수행한 결과 서민과 소외계층은 교육차별을 받았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김 당선자처럼 평등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입 밖에 내지 않는 말이 있다. 아이들의 능력은 평등하지 않고, 아무리 경쟁을 시켜도 공부 못하는 아이가 있다는 ‘암묵적 진실’ 말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몰매 맞을 소리를 대놓고 한 사람이 미국에 있다. IQ가 교육 및 빈부격차와 상관있다는 책 ‘벨 커브’로 1990년대 격렬한 논쟁을 일으킨 찰스 머리다. 그는 지난해 ‘진짜 교육’이라는 책에서 평균 이하 능력을 지닌 아이들이 절반이고, 쓸데없이 대학 가는 학생이 너무 많으며, 미국의 미래는 인구의 10∼20%인 엘리트를 어떻게 잘 가르치느냐에 달려 있다고 써서 또 한번 불을 질렀다.
그의 말이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소리는 아니다. 냉정히 따지면 과히 틀린 말도 아니어서 더 기분 나쁘다. 그가 진짜 맞는다면 ‘경쟁교육 반대’ ‘학교 서열화·선택권 반대’를 외치는 좌파 교육관도 결과적으론 맞는 셈이 된다. 해보나 마나 안될 게 뻔한 아이들에게 괜히 학습동기를 불어넣어 좌절만 안길 게 아니라 공부 안해도 괜찮다, 대학 가면 뭐 하느냐, 생각대로 하고 살라는 전교조야말로 ‘참교육’이 아닐 수 없다.
의문이 없지는 않다. 학력(學力) 말고 인성을 강조하는 그 좋은 좌파교육을 좌파가 어째서 제 자식에게는 안 시키느냐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조사가 없지만 우리나라 전교조 못지않은 미국 시카고의 공립학교 교사들은 38.7%가 자기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낸다는 2004년 조사가 있다(일반인 22.6%). 최근 헤리티지재단 조사에선 상원 44%, 하원 36%가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일반인 11%). 민주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공화당과는 1(하원)∼3명(상원) 차이다.
자녀들이 이미 질 좋은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공립학교의 책무성을 강조하는 교육개혁이 아쉬울 리 없다. 두 딸을 동네 공립학교에 보내고 있는 워싱턴DC의 미셸 리 교육감이 작년 민주당 덴버 전당대회 전날 행사에서 외친 말도 그거였다. “민주당이 서민과 소수계층을 위하는 정당 맞나요? 그런데 그 아이들을 공부 잘하게 만드는 교육개혁은 왜 안 도와주는 거죠?”
‘내 아이 교육’을 정책화하라
어차피 사람은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돼 있다. 암만 권위 있는 조사나 연구결과가 나와도 마찬가지다. 이념과 시류에 따라 같은 사실도 달리 해석되기 일쑤지만 그럼에도 일치하는 바는 있다. 남의 자식이야 IQ가 나빠 아무리 해도 안 될지 몰라도, 내 아이는 머리가 좋아 옆에서 조금만 이끌어주면 된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학교가 내 아이에게 좀 더 신경 써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사교육 시장의 경쟁력에 매달리는 거다. 서민도 소수계층도 영어로 소통 가능한 미국인들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영어교사도 영어로 말을 못해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거다. 국제고와 특목고에 선망과 질시를 보내는 이들도 외국 유학까지 보내기는 힘든 사람들이다. 좌파 공식대로 사회 탓만 하지 않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우리나라를 이만큼 발전시켰다.
김 당선자와 같이 서울대 학생 시절 운동권 조직에서 뛰었던 김문수 경기지사는 오래전 좌파교육관을 졸업해 대조적이다. 혜진이 예슬이 사건 이후 불안해하는 취약계층 맞벌이 가정을 위해 엄마가 귀가할 때까지 학교가 아이들을 돌봐주는 ‘꿈나무 안심학교’를 만들었고 국가 경쟁력과 교육의 질을 높여줄 국제고 특목고 설립도 적극 찬성한다. 김 당선자가 진정 교육평등을 원한다면 일거리가 는다고 안심학교를 마다하는 전교조부터 설득해야 옳다. 세계적 흐름대로 국제고는 설치하되 등록금을 비싸게 받고, 교육재정은 일반학교에서 국제고 뺨치는 수월성 교육을 하는 데 쓰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당선자가 생각대로 하겠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다. 교육감 선거에 무심했던 유권자들은 투표의 무거움을 깨우칠 것이므로. 김 당선자의 평등교육 탓에 자의반타의반 이 나라를 떠난 유학생들이 후일 엘리트가 돼 돌아올 수도 있으므로.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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