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경제 기상도는 먹장구름이 덮인 하늘 가운데 언뜻언뜻 햇빛이 비치는 ‘대체로 흐린 가운데 가끔 맑음’이다. 심심찮게 한국을 때리던 해외 언론이 요즘 한국의 위기극복 노력과 성과를 치켜세우고 있다. 하지만 섣부른 낙관론으로 샴페인을 터뜨릴 때는 결코 아니다. 일부 긍정적 지표에 취한 기업과 정부가 구조조정을 미룬다면 ‘병이 낫는 듯하다가 도지는’ 경제 상황을 자초하기 쉽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부실기업과 사업, 잉여인력 정리 같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위기 이후까지 내다본 선택이다. 우리 사정이 상대적으로 조금 나아보인다고 해서 환부를 도려내지 않고 미적거리다 보면 세계경제가 살아난 뒤 선진국을 따라잡기는커녕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제고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사활(死活)과 직결되는 필수 과제다.
건설 해운 은행 보험업은 구조조정이 시급한 분야다. 30대 그룹 중에도 능력을 넘는 ‘덩치 키우기’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이 있다. ‘거품과 과잉’을 부른 사정은 업종마다 다르지만 해당 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부터 노조까지 고통분담을 통한 자구노력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경제위기 극복 대책에 편승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빠졌거나 돈을 더 지원해봐야 결국 부실만 커질 기업, 권력화한 노조가 개혁에 저항하는 기업에는 우선적으로 칼을 들이대야 한다. 고통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구조조정은 ‘글로벌 투병기(鬪病期)’인 지금이야말로 오히려 적기(適期)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이 일자리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개별 기업 또는 단기적으로 보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위기 극복을 위한 한정된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가지 않고 부실기업 연명에 낭비되는 것은 문제를 더 키울 뿐이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기업 규제 완화를 병행하는 정책으로 투자할 만한 곳에 돈이 흘러가게 해야 경쟁력을 갖춘 산업구조로 재편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금융위원장 등 고위 정책당국자와 기업 CEO들부터 몸을 사리지 말고 앞장서 개혁의 고삐를 죄기 바란다. 경제위기 이후 대한민국의 위상은 상당부분 구조조정의 성패에 달려 있음을 모든 경제주체가 똑바로 인식하고 행동할 때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