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은과 금감원, 소통은 않고 밥그릇싸움 할 땐가

  • 입력 2009년 4월 29일 02시 59분


그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한국은행에 금융회사 단독 검사권을 부여할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검사권을 요구하는 한국은행의 이성태 총재는 “금융감독원이 금융기관에 ‘한은이 요청하는 정보를 주지 말라’고 해 자료를 받지 못한 일도 있다”고 폭로했다. 이에 김종창 금감원장은 “금감원은 한은이 요구하는 자료 중 79%를 주었지만 한은은 금감원 요구 자료의 60%밖에 제공하지 않았다”고 맞받았다.

한은이 금감원에 자료를 요청할 정도면 금융시장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는 의미다. 두 기관이 맺은 양해각서(MOU)에 따라 금감원은 정확한 자료를 제때 제공해 적절한 금융정책이 신속하게 수립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금감원이 한은 측 주장대로 ‘80%나 틀린 자료를 2, 3개월 뒤에 전달한 사례’가 있었다면 정밀한 감사를 받아야 한다. 2006년에는 한은의 공동조사 요청이 제때 처리되지 않아 청와대가 진상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

아직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국내 금융시장도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이런 국면에서 두 기관이 긴밀한 소통은커녕 고의적 불통(不通) 상태를 자초했다면 국민적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당신들은 조직 이기주의만을 위해 존재하는가. 금융 중추기관끼리도 소통이 안 되는데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국민과의 소통’인들 제대로 되겠는가.

두 기관 사이의 알력과 소통 부재가 한은에 단독 검사권을 부여해야 할 이유는 될 수 없다. 한은뿐 아니라 예금보험공사에도 직접조사권을 주자는 법안까지 나와 있는데, 이대로 되면 금융회사들이 이중 삼중의 조사에 시달릴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가 한은에 검사권을 주려는 것도 금융기관에 힘을 행사할 연결고리를 갖기 위한 의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경제위기 속에서 국회나 정부기관을 가리지 않고 내 밥그릇부터 챙기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한은에 감독권을 부여할지 말지 속단할 것이 아니라 금융 감독망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종합적 재편이 필요한지를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을 때다. 작년 금융위기 때도 보았듯이 현재의 금융정책은 국내와 국제시장으로 이원화돼 혼란스럽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을 합치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의 업무를 재조정하는 방안 같은 해묵은 과제도 폭넓게 논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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