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주식회사 미국’ 살리는 ‘CEO 오바마’

지난 정부 말기에 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연임에 실패하고 물러났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 CEO가 취임한 이후 경영성과가 뛰어나게 좋아졌고 주가도 3년간 무려 5배나 뛰어 올랐기에 연임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표류하던 회사를 업계 최고였던 과거의 자리로 되돌려 놓은 이 사람의 뛰어난 경영수완을 언론에서도 자주 보도했고 업계 최고의 CEO로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엉뚱하게 낙하산 인사로 후임이 결정됐다.

필자는 당시 어떤 칼럼에서 투자자라면 이런 회사의 주식은 즉시 팔아 치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필자의 칼럼을 보고 주식을 팔았던 어떤 투자자가 그 후 주가가 계속 오르자 필자의 칼럼에 저주에 찬 댓글을 달아서 몹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회사는 얼마 후 표류하기 시작했고 업계 선두의 자리에서 밀려나고 말았으며 주가도 형편없이 떨어진 상태다. 업황이 호황일 때는 경영자의 능력이 경영성과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업황이 불황일 경우에는 CEO의 능력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다. CEO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부하 직원들이 따르지도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이해 주식시장의 성과로 그를 평가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기업의 CEO를 그 회사의 주가로 평가한다면 대통령의 능력을 시장지수로 평가해보는 것도 일리가 있다. 그런데 현재의 미국 주가지수는 그가 취임할 당시의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 외견상으로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그런데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매우 성공적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믿음이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 즉 경기주가 상승하고 방어주가 하락하는 대조를 보였다. 은행주, 기술주, 주택 관련주들이 모두 20% 내지 50%까지 상승했다. 아직 바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택경기를 감안하면 놀라운 현상이다. 반대로 식품, 제약, 소비재와 같은 경기 방어주는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주식시장이 경기회복 신호를 먼저 보내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가 깊어지는 것이 아니고 경기후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신뢰다. 도를 넘은 자유시장주의로 망가진 경제를 복원하기 위해 강력한 부양책과 함께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도덕성과 윤리성을 회복시키는 국가경영으로 가고 있다. 주식시장의 게임 룰도 공정 룰로 복귀시키는 조치들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훌륭한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정책을 합리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 점 또한 그의 신뢰성이 높이 평가받는 요인이 되고 있다. 훌륭한 리더 주변에 훌륭한 부하들이 따르는 법이다.

5월 2일은 부처님오신날이다. 불교의 가르침에 팔정도(八正道)라는 것이 있다. 정견(正見·바르게 보고), 정사(正思·바르게 생각하고), 정어(正語·바르게 말하고), 정업(正業·바르게 행동하는) 등 8가지 바른길로 가면 모든 것이 잘된다는 의미다.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면 그가 바른길을 소신 있게 가고 있기 때문에 망가진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도 바른길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이미 말하고 있다.

박춘호 이토마토 경제연구소장